“입양은 실수하지 않는 하나님이 보내주신 선물”

입력 2016-07-11 21:04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가 주최한 '2016 InKAS 모국 방문' 프로그램 참석자들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평화와 번영의 상 분수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캐나다에서 온 이들 입양인과 양부모들은 오는 17일까지 제주와 부산 경주 등을 방문한다. 김지훈 기자
입양인 사이먼과 엄마 재닛 셔트씨. 엄마는 “입양을 통해 하나님의 선물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 회장 정애란 목사(오른쪽)가 입양인 상진이네 가족과 함께했다. 뒤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아빠 토드 애트우드, 엄마 패트리카, 상진이.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 제공
지난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직원의 안내를 받아 이동하는 40여명의 방문단이 눈길을 끌었다. 한국인 아이들은 푸른 눈과 금발의 엄마 아빠 손을 꼭 잡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국회를 둘러봤다. 부모와 격의 없이 장난치는가 하면 ‘이순신상’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이들 방문단은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In KAS·회장 정애리 목사)가 주최한 ‘2016 InKAS 모국 방문’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 4일 한국을 찾았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선 이들은 직원의 영어 통역으로 이곳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박주선 국회부의장과 에릭 월시 주한 캐나다 대사도 만났다. 박 부의장은 이방인 부모에게 “우리 아이들을 잘 키워주셔서 감사하다. 아이들을 통해 한국과 캐나다가 우호적 관계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12명의 입양인과 24명의 양부모가 방한한 이유는 한국문화를 ‘함께’ 경험하기 위해서다. 3명의 자녀를 입양한 목회자 사모 재닛 셔트(50)씨는 아들 사이먼(13)과 동행했다. ‘엄마’라는 한글이 새겨진 목걸이를 한 셔트씨는 “우리 가정은 입양을 통해 하나님으로부터 큰 선물을 받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셔트씨 부부는 2명의 한국인 남자 아이와 1명의 중국인 여자 아이를 입양했다. 셔트씨는 큰 아들을 출생한 이후 계속되는 유산으로 더 이상 임신을 할 수 없어 1999년 입양을 결심했다. 교회에서 중국 아이를 입양한 성도 가정을 보면서 입양에 대한 소망이 생긴 것이다.

한국의 까다로운 입양 절차로 힘들긴 했지만 셔트씨 부부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기다렸다. 그리고 하나님이 예정해주신 아들 리비(15)를 2001년 만났다. 그는 “아이들이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에 대해 궁금해한다”며 “아이들의 그런 모습을 볼 때 가장 가슴이 벅차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춘기에 접어든 리비가 정체성에 큰 혼란을 겪기 시작했다. 부모, 형과 다른 모습에 리비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러다 2009년 모국 방문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고 리비의 인생이 바뀌었다. 한국에서 따뜻한 환대를 받자 모국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리비의 변화된 모습을 지켜본 엄마는 사이먼을 위해 이번 프로그램에 함께했다. 사이먼은 “우여곡절 끝에 위탁모를 만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환하게 웃었다.

셔트씨는 “자녀들에게 늘 ‘실수하지 않는 하나님이 너희들을 나에게 보내셨다’고 말해준다”며 “한국 국회의원이 미안해하고 고마워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우리 가정은 정말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인 아들 삼진(11)이와 방한한 토드 애트우드(51)씨 부부도 입양을 통해 오히려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애트우드씨는 2005년 성경에서 과부와 고아를 사랑하고 돌보라는 말씀에 깊은 감명을 받아 입양을 결심했다. 그는 “세상을 바꾸긴 힘들어도 입양을 통해 한 생명의 인생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며 “그러나 아이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삼진이는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말했다.

애트우드씨는 아들과의 애착 관계를 위해 직장까지 그만두고 7개월 동안 아들과 열심히 놀았다. 아내 패트리카 애트우드(47)씨는 삼진이를 홈스쿨링으로 교육하고 있다. 성경을 가르치며 올바른 신앙을 갖도록 지도한다. 엄마는 “삼진이를 키우면서 직접 아이를 낳지 않아도 친자녀처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며 “삼진이가 하나님의 자녀라는 자존감을 갖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아이, 다른 이에게 사랑을 나눠주는 멋진 청년으로 자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방문단은 오는 17일까지 부산 경주 제주 등을 방문한다. InKAS 회장 정애리 목사는 “입양인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 등을 배우면서 친부모에 대한 상처와 오해를 푼다”며 “이 과정을 거친 후에야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고 평온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어 “입양인들은 복음을 통해 하나님의 자녀라는 진정한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며 “전 세계 입양인들에게 한국인의 긍지를 심어주고 복음을 전하는 것이 우리 단체의 미션”이라고 강조했다.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