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부터 바로잡겠다고 벼르더니… “시뮬레이션 중” 타령만

입력 2016-07-10 18:04 수정 2016-07-10 18:31
정부가 불합리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바로잡겠다고 나선 건 정확히 3년 전이다. 2013년 7월 25일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이 출범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민간 전문가와 국책연구원 연구위원, 보건복지부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기획단은 1년6개월간 논의를 거쳐 개편안을 만들었다. ‘기획단 안’은 지난해 1월 발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발표 직전 당시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전격적으로 ‘연기’를 선언했다. 여론은 거세게 반발했다. 새누리당은 자신들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당·정 협의체를 구성했다.

당·정 협의체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완성 단계의 안이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안은 지금껏 공개되지 않고 있다. 앞서 기획단이 만든 개편안도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

복지부는 문 전 장관의 ‘연기’ 발언 이후 “시뮬레이션을 한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9월 10일 국정감사에서 “시뮬레이션을 하는데 몇 가지 문제로 마지막 조율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같은 해 10월 20일 기자들을 만나서는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1월 2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건보료 인상으로 다시 한 번 정밀 시뮬레이션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보험료가 오르게 될 계층의 반발을 두려워해서라고 지적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재정’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기획단 안이나 당·정 협의체 안을 적용할 경우 건보료 재정 적자가 불가피하다. 정부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국고의 추가 지원이 없는 ‘재정 중립’ 상태에서 하길 원한다. 부과체계 개편으로 재정 손실이 발생할 경우 건보료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당·정 협의체 1차 회의에서 “추가적인 국고 지원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재정 적자가 우려된다면 건보 누적 적립금이 19조원 넘게 쌓여 있는 지금이 오히려 기회라고 지적한다. 사공진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10일 “일단은 당·정 협의체 안대로 개편을 하고 향후 수년간 양도세나 상속세 등 소득에도 건보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면 적자가 계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이 지지부진한 데 대한 비판의 화살은 청와대로 돌려지고 있다. 보건복지 정책을 총괄하는 김현숙 고용복지수석이 ‘개선 의지’가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 수석은 지난해 새누리당 의원 시절 당·정 협의체 일원으로 활동했고, 같은 해 8월 청와대로 자리를 옮겼다. 당·정 협의체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당·정 협의체에서 김 수석은 변화에 대한 저항감이 강했다”며 “고용복지수석에 임명됐다는 소식을 듣고 ‘건보료 개편이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회뉴스]





권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