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개·돼지인데…” 교육부에 전화·SNS 비난 쇄도

입력 2016-07-10 18:12 수정 2016-07-10 21:12

국장급 핵심간부의 ‘반(反)서민’ 발언이 불거지면서 교육부가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교육계와 정치권은 간부의 즉각 파면을 촉구했다. 전화, 온라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비난 여론도 뜨겁다. 교육부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대학 구조개혁 등 주요 정책의 차질까지 우려하고 있다.

교육부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나향욱(47·사진) 정책기획관을 9일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10일 밝혔다. 나 전 기획관은 지난 7일 경향신문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영화 ‘내부자들’ 대사에 빗대 “민중은 개·돼지로 보고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 등의 발언을 했다. 그는 이튿날 관련 보도가 나오자 “과음 상태에서 실언했다”고 해명했다.

교육부는 나 전 기획관이 국가공무원법 제63조 ‘품위 유지의 의무’ 등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자체 감사를 거쳐 엄중 조치키로 했다. 국가공무원법 제78조는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징계 사유로 규정한다. 견책부터 파면 처분까지 가능하다. 파면되면 5년간 공무원 임용이 제한되고, 공무원연금과 퇴직수당의 절반이 깎인다. 교육부는 마땅한 선례가 없어 징계 수위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난 여론은 뜨겁다. 교육부 홈페이지나 공식 SNS 등에는 비난 글이 잇따르고 있고, 교육부 직원이나 간부들에게 “나, 개·돼지인데”라는 항의전화도 계속 걸려온다고 한다. 파면 요구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교육운동연대 등이 지난 9일 시작한 나 전 기획관 파면 요구 연대서명에도 하루 만에 2만여명이 참여했다. 전교조는 “교육부를 해체하고 정권 간섭에서 자유로운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는 나 전 기획관의 파면과 교육부 장관 사퇴를 요구했다. 보수적인 성향의 한국교원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도 “교육부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의 주요 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나 전 기획관이 맡았던 ‘정책기획관’ 자리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누리과정, 대학 구조개혁 등의 굵직한 정책을 조율하는 요직이다. 당장 11일부터 진행되는 국회 상임위 및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나 전 기획관 발언과 국정 교과서 밀실집필 강행 등을 놓고 교육부에 ‘뭇매’가 쏟아질 전망이다.

나 전 기획관은 이명박정부에서 교육부 장관 비서관과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고, 박근혜정부 들어서 지방교육자치과장 등을 거쳐 지난 3월 국장급(1∼3급)으로 승진했다. 그는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교직발전과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경북도교육청 ‘친(親)서민 교육정책 홍보 강연회’에 참석해 서민 부담을 덜어주는 학원비 안정화 정책 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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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