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적군인가… 美 경찰, 이라크전 ‘킬러 로봇’ 사용 논란

입력 2016-07-11 00:39 수정 2016-07-11 17:27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경찰이 ‘폭탄 로봇(bomb robot·사진)’을 투입해 경찰 저격범을 사살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법적·윤리적 논란이 일고 있다.

데이비드 브라운 댈러스 경찰국장은 사건이 종료된 뒤 브리핑에서 “폭발 장치가 부착된 폭탄탐지용 로봇을 총격 용의자 마이카 제이비어 존슨을 살해하는 데 투입했다”면서 “경찰관의 추가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9일(현지시간) 경찰 발표에 따르면 현장에는 미국 방위산업체 노스롭그루먼의 자회사인 리모텍의 F5로봇이 투입됐다. 카메라와 이동식 팔을 가진 폭발물 처리용 로봇이지만 폭탄을 연결해 살상용으로 개조됐다. 경찰은 로봇을 원격조종해 저격범 존슨을 제압했다. 폭탄 로봇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전에서 폭발물을 제거하기 위해 개발됐다. 일반 시민을 상대로 경찰이 살상용 로봇을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로봇 투입은 전투와 치안유지(policing)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고 보도했다. 로봇을 투입한 경찰의 결정이 과도한 폭력 사용일 수 있고, 다른 지역에서도 경찰이 살상용 로봇을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릭 넬슨 연구원은 “경찰관들의 폭력 사용과 그에 따른 결과를 배제할수록 살상용 로봇을 투입하는 게 쉬워진다”면서 “전투의 목적은 적을 죽이는 것이지만 사법 당국에는 다른 임무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아울러 2014년 퍼거슨 사태 당시 불거졌던 ‘경찰의 군대화’ 논란이 재점화됐다. 경찰의 군대화는 시민을 상대하는 경찰이 장갑차, 드론, 중화기 같은 군대 수준의 무장을 갖추는 것을 말한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로봇이 경찰의 새로운 자기방어 수단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사건으로 경찰의 군대화가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2014년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 흑인 소년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하자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이 일었다. 당시 흑인들의 시위가 격화되자 중화기를 동원한 주방위군이 투입돼 여론이 악화됐다.

기술·안보 분야 전문가인 피터 싱어 뉴아메리카재단 연구원은 “이번 결정이 경찰의 살상용 로봇 투입 확산으로 이어질 염려가 있다”면서 “시민과 경찰의 관계 악화, 대규모 폭력이 더 쉽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등이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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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