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무혐의 결정 받은 조용기 목사 “많은 시간 심신 고통… 결국 하나님께서 진실 드러내 풀어주셔”

입력 2016-07-10 21:10 수정 2016-07-11 17:54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는 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기독교 발전과 세계 선교를 위해 여생을 바치겠다고 밝혔다. 조 목사는 일부 장로들의 악의적인 고발로 심신이 다소 지쳐있는 듯 했지만 세계선교 의지를 밝힐때는 모처럼 밝게 웃었다. 최종학 기자

서울서부지검은 최근 일부 장로가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를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조 목사는 그동안 고향의 선산을 교회에 내놓고 수백억원을 헌금하는 등 평생 교회를 세우고 세계 선교를 하는 데 매진해 왔다. 하지만 자신에게 일부 장로가 횡령이라는 올가미를 씌우려 한 데 대한 상처가 큰 듯했다. 교회의 관행상 회계장부 관리가 철저히 이뤄지지 않은 점은 있지만, 오직 기독교 부흥과 선교를 위해 교회 자금을 사용했다는 것이 이번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조 목사는 8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담담하게 심경을 털어 놓았다.

-‘아니면 말고’ 식의 터무니없는 고발로 교회를 흔드는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검찰의 무혐의 결정에 대한 소감은.

“사필귀정으로 하나님께서 모든 과거를 드러나게 하시니 마음이 굉장히 가볍고 기쁘다. 나는 결코 물질적으로 교회에 손해 끼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십일조와 헌금을 교회에 드려왔다. 내가 교회 돈을 횡령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굉장히 마음이 답답했다. 이번에 그 모든 것이 확실히 드러나 내가 헛되게 살지 않았음을 확인받은 것 같아 기쁘기 한량없다. 내가 고발을 당하니까 사람들은 조용기가 아니라 기독교가 썩었다고 한다. 조그마한 교회를 맡았으면 이름도 없고 소문도 없었을 텐데 우리 교회가 크고 예수님의 영광을 걸머지고 있어서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 기독교계가 갈등을 치유하고 화합을 이뤄 발전할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

-조 목사가 1991년부터 지금까지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낸 헌금만 200억원이 넘는다는 사실이 이번에 밝혀졌다.

“목회를 하면서 칭찬을 받으려 하면 안 된다. 고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하나님께서 부르셔서 사람들이 인정하건 안하건 그 사명을 성령의 능력으로 완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목회했다. 다른 데에 관심을 안 기울였다. 결국 큰 교회를 세웠고 지구를 돌면서 수백 개 도시에 복음을 전했다. 그래서 하나님 앞에 감사하고 찬송했다. 그럴 따름이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따르면 조 목사는 1991년부터 2012년까지 200억원이 넘는 돈을 교회에 헌금했다. 소외계층에 대한 기부도 많이 했다. 대부분은 조 목사가 국내외 성회에서 설교하고 받은 사례비와 그동안 출판된 수많은 책들의 인세였다. 조 목사는 1990년 울산 울주군 삼남면 교동리에 있는 생가 주택과 임야 8242평도 재단법인 순복음선교회에 기증했다. 이 부동산은 주변에 KTX역과 대기업 물류단지 등이 들어서면서 가격이 많이 올라 현재 공시지가만 51억원 가량이고 평당 100만∼13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조 목사는 은퇴하면서 퇴직금을 받았지만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선교활동이나 소외계층을 돕는 데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한 사람들이 원망스럽지 않나. 조 목사에 대한 공격이 교회 내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노림수라는 시각이 많다.

“많은 시간 오해받고 마음에 고통을 당하면서도 원수는 네가 갚는 것이 아니고 내가 갚는다고 하신 하나님 말씀대로 살려고 하다 보니 마음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나를 고발한 장로들의 말만 믿고 내 인생을 누더기로 취급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하나님을 마음의 중심에 두고 기도했다. 나를 미워하는 장로들과 사람들을 원수로 생각하지 않고,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고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믿음으로 인내하며 기다렸다. 그러나 나도 인간이기에 정신적인 압박을 많이 받았고, 이 때문에 여러 가지 육신적인 질병이 생겼다. 기도해도 병이 떠나지 않는 고통을 당했다. 그런데 이번에 검찰에서 나에 대한 의혹들이 혐의가 없다고 나와 마음이 가볍다. 오래 참고 기다리면 하나님께서 풀어주신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검찰 수사를 받는 동안 기도를 많이 했을 것 같은데.

“하나님께 검찰수사를 받을 때 거짓말하지 말고 참말만 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과거 일을 내가 다 기억할 수도 없고 고발장에는 내가 안 한 일도 한 것으로 돼 있었다. 내가 기억하고 아는 한도 내에서는 검사에게 잘 말했다.”

-교회의 회계장부 관리에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목회를 빈손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절대 물질을 개인적으로 많이 갖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제자 목사들이 와서 교회가 어렵다고 하면 후원해주고, 소외계층 등 사회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와서 도와 달라고 하면 도와줬다. 도와주면서 일일이 회계장부에 적지는 않았다. 그래도 대부분은 개인적으로 메모를 해놓아서 이번에 확인서를 받을 수 있었다.”

(일부 장로들이 횡령했다고 주장하는 600억원의 특별선교비 가운데 2007∼2008년 특별선교비 집행내역은 증빙자료가 남아있었지만 2004∼2006년 집행내역은 메모만 남아있었다. 조 목사 측은 이 메모를 바탕으로 후원금을 받은 상대 기관과 교회, 사역자들에게 확인서를 요청했다. 대부분은 자체 회계자료들을 일일이 찾아본 뒤 공식 확인서를 제출해줬다.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는 지난 3월 한 집회 설교에서 “확인서 요청을 받고 조 목사님이 2003년부터 극동방송에 헌금한 액수를 정리해보니 무려 17억원이었다”며 “조 목사님이 아니었으면 북한에 극동방송 전파를 송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런 증빙자료들을 근거로 특별선교비 사용처가 소명돼 횡령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무혐의 결정을 계기로 세계 선교에 더욱 매진할 생각인가.

“이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을 통보 받았지만 자면서 혀를 잘못 깨물어 피가 났다. 오른빰을 치면 왼뺨을 돌리라고 했는데 내가 마음의 수양이 안 돼 주님께서 하라고 하시니까 할 수 없이 하다 보니 마음에 한이 됐나보다. 하나님께서 부르셔서 사명을 주셨기에 사람들이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그 사명을 완수한다는 생각으로 달려왔다. 나는 큰 교회를 세워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받았기에 다른 것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래서 지구를 120바퀴나 돌면서 복음을 전했다.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다. 지금은 전도현장의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이 모이는 집회가 많았지만 지금은 테러 위험 등으로 수천 명에서 만 명 정도만 모인다.”

-외로움을 느낀 적은 없나.

“요즘은 총장(사모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도 인도네시아에 집회를 하러 가고 집에 아무도 없으니까 좀 기분이 좋지 않다. 그런데 오늘 새벽에 꿈을 꿨다. 꿈에 가까운 몇 분이 새벽에 집으로 찾아왔다. 어떻게 이렇게 왔냐고 하니까 목사님 심심할까 봐 친구가 되려고 왔다고 하더라. 좌우 옆에 누워서 같이 자기 시작했다. 추워하는 나에게 이불도 덮어줬다. 예전에는 꿔보지 못한 꿈인데 ‘하나님이 주위 사람들을 통해 내게 힘을 주시려고 하는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도단 성이 아람 군대에 의해 포위됐을 때 게하시가 ‘우리가 죽었습니다. 적들로 첩첩히 둘러싸여 있습니다’라고 했더니 엘리사가 우리에게 하나님의 천군천사가 있다고 말하며 게하시의 눈을 열어 보여준 것이 생각났다(왕하 6:16∼17). 하나님께서 함께하심을 믿는다.”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