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들은 목숨을 걸고 찾아온 남한 땅에서 차별과 불신에 직면하곤 좌절한다. 한국교회마저 이들을 사업의 대상으로만 여긴다면 배신감과 절망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려움 가운데서도 많은 교회와 단체들이 진심어린 배려와 관심, 포용의 자세로 탈북민들을 섬기고 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어떻게 나를 지켜주겠는가’라며 불신하던 탈북민들도 이를 통해 기쁘게 복음을 받아들인다.
◇신뢰가 전제된 관계 중심의 가르침=지난달 29일 저녁 8시 서울 동작구 사당로 ㈔새일아카데미의 다윗 교실. 유명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근무하는 최모(28·소망교회)씨가 탈북여성 한모(29)씨와 함께 기도한 뒤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최씨는 지난달부터 재능기부로 최씨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최씨는 “평소 통일에 관심이 많기도 했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탈북민들을 돕고 싶어 봉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2011년 설립된 새일아카데미는 탈북 대학생 및 청소년들에게 영어와 논술, 대학전공과목(경영 경제 법학 등), 피아노 등 예체능 과목을 가르친다. 변호사와 대학교수 등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50여명의 강사진은 모두 크리스천이다. 교사와 학생 간 일대일 수업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지방대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탈북민 유모(25·여)씨는 “대학 입시 전부터 논술을 배웠고 현재 영어와 약학,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며 “선생님이 가족처럼 친근하게 이성 친구 문제에 대한 상담도 해주셔서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4년제 대학에 다니는 박모(22)씨는 “이곳에서 교수님께 경영학 수업을 들으니 혼자 공부할 때보다 훨씬 수월하다”며 “남한생활을 잘하기 위한 상담도 받는데 아주 유익해서 다른 탈북민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석문 새일아카데미 원장은 “크리스천인 교사들은 학생과의 인격적 만남을 통해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을 해주고 이들이 하나님을 알 수 있도록 도와준다”며 “교사와 학생이 멘토와 멘티의 관계로 이어지기 때문에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북한인권과 민주화실천운동연합’이 2014년 설립한 부산 강서구 장대현학교는 영·호남 유일의 탈북청소년 전문 대안학교다. 남한 정착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탈북 청소년들이 한 건물에서 공부하며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전·현직 교사 등 50여명의 전문가들이 보수를 받지 않고, 재능기부 형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교사들의 인건비와 식비, 전기요금 등 운영비는 시민 후원금과 음악회 등을 열어 조성한 기금으로 충당한다.
장대현학교는 지난 2월 첫 졸업식을 열었다. 전교생 18명 중 8명이 졸업했다. 학교장인 임창호 고신대 교수는 “차별과 따돌림 탓에 남한의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던 탈북청소년들이 이곳에서 자존감을 많이 회복했다”고 말했다.
◇탈북민 사이 끈끈한 유대관계 형성 필요=서울 양천구 중앙로 새희망나루교회(마요한 목사)는 2014년부터 탈북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교회 내 그룹홈 ‘희망원’을 운영하고 있다. 희망원에는 현재 탈북민 대학생 4명과 중국인 유학생 1명이 거주하고 있다.
학생들은 요리, 청소 등 집안일을 나눠서 하고 영어와 중국어 등의 과제를 서로 돕는다. 시간이 날 때마다 큐티와 기도를 하며 함께 신앙을 키워간다. 이들은 매달 10만원씩 주거비용을 분담하는데 부족한 부분은 교회가 지원한다.
건국대에 재학 중인 최모(21·여)씨는 “희망원 멤버들과 통일을 위해 기도하고,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지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며 “희망원 멤버들 덕분에 남한 생활의 어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2014년부터 그룹홈 생활을 하고 있는 유모(27·여)씨는 “하나님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나 혼자 결정하기 힘든 부분이 있을 때 희망원 멤버와 교회 성도들로부터 많은 조언을 받았다”며 “요리나 외국어 등 각자 잘하는 달란트로 남을 섬길 수 있는 기회도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마요한 목사는 “이곳 학생들은 공동체 생활을 통해 삶으로 부딪치며 훈련을 받는다”며 “탈북 청년들이 삶 속에서 훈련받을 수 있는 그룹홈이 많아지면 남한에서의 어려움을 신앙으로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아영 이사야 기자 singforyou@kmib.co.kr
[통일의 마중물, 탈북민 제대로 품고 있나] 1대1 멘토링·그룹홈… 닫힌 마음을 열었다
입력 2016-07-10 2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