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선패배 책임지고 물러난 서청원 당권도전은 난센스

입력 2016-07-10 17:25
새누리당의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8·9 전당대회를 앞두고 예비 당권주자들의 출마선언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미 당 대표 경선 출마의사를 밝힌 이주영, 이정현(이상 친박), 김용태(비박) 의원에 이어 10일 정병국(비박), 한선교(친박) 의원이 출마를 공식 선언함으로써 경쟁자가 총 5명으로 늘었다. 이들 외에도 당권도전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여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번 전당대회는 친박과 비박의 정치적 운명이 걸린 한판 대결이라는 평가가 많다. 4·13 총선 공천과정에서 경험했듯 패하는 쪽은 엄청난 불이익을 각오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어서다. 양측이 불퇴전의 각오로 당권도전에 뛰어든 이유다. 친박과 비박은 비록 새누리당이라는 한 배에 타고 있지만 빙탄불상용이다. 최악의 경우 각자도생의 길로 나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전대가 지나치게 세 대결로 치달을 경우 친박 비박 모두 공멸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친박 좌장 최경환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명분도 있고, 국민적 공감도 얻었다고 본다. 총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친박의 핵심이 다시 당의 전면에 나서는 것은 총선 민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친박의 원조격인 서청원 의원의 출마 여부가 전대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는 것은 하등 새누리당에 득이 되지 않는다.

서 의원은 당내 최다선에다 최고령이다. 이것이 결코 당 대표의 결격사유가 될 수 없지만 그는 지난 공천 당시 김무성 대표와 함께 지도부의 일원이었다.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게 엊그제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명분 없는 친박의 권유에 부화뇌동해선 안 된다. 원로로서 당이 민의에 충실하도록 친박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 책임이 그에게 있다. 최다선의 연륜에 걸맞은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오로지 당권욕 때문에 자중해야 할 서 의원을 옹립하려는 친박의 행태는 패권주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친박 패권주의 못지않게 경계할 것이 박심(朴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일 새누리당 의원 전원을 초청한 청와대 오찬석상에서 서 의원에게 “최다선 의원으로서 후배 의원들을 많이 지도하느라 애쓰신다. 국회의장직도 내려놓으시고 당의 중심이 되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단순한 덕담 차원으로 볼 수도 있지만 대통령의 발언은 “서 의원이 당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서 의원 테이블로 찾아가 별도 대화를 했다고 한다. 전대를 앞둔 민감한 시기다. 청와대 입장에선 사소한 일일지라도 불공정 경선으로 비칠 수 있는 만큼 대통령과 참모들은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 박심 논란이 불거지는 순간 새누리당의 분열과 혼란은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