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첫 회부터 살인장면 ‘섬뜩’… 이 웹툰, 애들이 보고 있다

입력 2016-07-11 04:00
네이버 웹툰 ‘후레자식’ 주요 장면. 네이버는 폭력성 논란이 일자 ‘전체 이용가’였던 이 웹툰의 등급을 ‘만 18세 이상 이용가’로 변경했다. 웹툰 화면 캡처

살인자 아버지를 둔 아들이 살인에 가담한다. 아들은 과외선생님을 망치로 내려쳐 죽이고, 시체를 아버지에게 넘긴다. 아버지는 여성들을 수차례 살해했지만 누구도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 아들은 자신의 가담 사실을 들킬까 두려워 침묵한다. 그러던 중 아버지는 아들의 학교 친구를 살인의 목표로 삼고, 아들은 이를 막기 위해 아버지에게 저항하기 시작한다.

지난 5월 13일 완결된 웹툰 ‘후레자식’은 첫 회부터 살인 장면이 등장한다. 이 웹툰은 전체 이용가로, 로그인 절차 없이 누구나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 4일 갑작스레 ‘만 18세 이상 이용가’로 전환됐다. 웹툰을 연재하는 네이버는 공지사항을 통해 “작품에 꼭 필요한 폭력 묘사라고 할지라도 전체 이용가 작품의 한계상 표현의 수위에 있어서 사회적인 우려가 적지 않아 작가와의 상의를 거쳐 이용 등급을 변경하게 됐다”고 전했다.

‘사회적인 우려’의 시작은 학부모 김영열(41)씨의 고발이었다.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김씨는 아이들이 아무런 제한 없이 이 웹툰을 볼 수 있다는 데 화가 났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네이버와 한국만화가협회, 웹툰 작가 등을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직무유기로 고발했다.

김씨는 10일 “지난 4일 경찰서에 출석해 고발인 진술 조사를 받았다”며 “고발을 한 건 아이들에게 폭력적인 웹툰이 무분별하게 제공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웹툰을 보는 아이들을 위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웹툰의 폭력·선정성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2012년 만화가 ‘귀귀’의 웹툰 ‘열혈초등학교’는 학교 폭력을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다 연재가 중단됐다. 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는 지난해 3월 일부 콘텐츠가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방통심의위로부터 접속 차단조치를 당했다. 하지만 ‘지나치다’는 여론이 일면서 3시간 만에 접속 차단이 해제됐다.

비난과 우려가 제기되면 매번 접속 차단, 연재 중단으로 끝을 맺는다. 하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명확한 기준이 없는 탓에 폭력·선정성 논란은 항상 ‘도돌이표’다. 표현의 자유 침해인지를 두고도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만화가협회 관계자는 “선정성이나 폭력성에 대한 기준이 없어 협회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웹툰 ‘후레자식’도 2014년에 민원이 접수됐던 적이 있었지만 ‘장르 특성상 불가피한 폭력 묘사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따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독자와 작가, 웹툰을 공급하는 사이트 관계자 등이 모여 유해성의 기준을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한데, 아직까지 이런 논의를 진행한 적이 없다”며 “기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방통심의위에 요청해 왔지만 ‘예산이 없어 어렵다’는 답변뿐이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웹툰 규제’를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꽤 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면 다양성을 잃게 되고, 한창 성장하고 있는 웹툰 산업이 고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김씨가 다음 아고라에 올린 ‘네이버 고발’ 청원에는 3만2000여명이 서명했지만 반대 의견도 많다. 일부 네티즌은 “내용을 일일이 규제하기 시작하면 웹툰 다양성을 해치게 된다” “창작물을 개인의 잣대로 제약하는 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임의적으로 규제하면 다양한 작품이 나오기 힘들다. 내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연재 여부를 결정하고, 창작의 자유를 존중하면서 협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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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