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2일 오후 서울 관악경찰서 관악산지구대에 50대 남성 양모씨가 들어섰다. 양씨는 휴대전화를 든 채 말을 하지 않고 종이를 가리키기만 했다. 다들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사이 지구대에 배명받은 지 1주일 된 안혜란(24·여·사진) 순경이 나섰다.
안 순경은 수화를 시작했다. 양씨도 안 순경에게 수화로 답했다. 청각장애인인 양씨는 모르는 사람에게서 계속 전화가 온다고 했다. 패스트푸트점 배달원인 그는 운전 중에도 계속 오는 전화에 신경이 쓰여 지구대를 찾은 것이었다. 안 순경은 양씨 대신 전화를 걸어 문제를 해결했다. 양씨에게 모르는 번호를 차단하는 법도 가르쳐줬다. 양씨는 고마워하며 지구대를 떠났다.
안 순경이 수화를 배운 것은 청각장애인 고모(50) 덕분이었다. 그는 고모와 함께 살며 초등학생 때부터 독학으로 수화를 배웠다. 안 순경은 양씨를 보는 순간 청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수화로 소통할 수 있었다고 했다.
관악서는 안 순경의 이야기를 듣고 지난달 네 차례에 걸쳐 지구대 직원을 대상으로 한 수화교육을 실시했다. 안 순경이 주도한 수업은 한 번에 20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20∼30명의 지구대 직원이 참여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청각장애인 애로사항 수화로 해결한 초보 여경
입력 2016-07-10 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