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비하 발언한 교육부 정책기획관 물러나야

입력 2016-07-10 17:25
교육부 나향욱 정책기획관의 막말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나 기획관을 대기발령 조치했지만 정치권과 교육단체는 파면 요구까지 하고 있다. 나 기획관의 발언은 건전한 양식과 공무원 자질을 의심케 하는 것으로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지난 7일 한 언론사 기자들과 저녁을 함께하는 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와 같다. 개·돼지로 보고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 민중은 99%이고 나는 1%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라는 말을 쏟아냈다.

나 기획관은 과음과 과로로 인한 실언이라고 둘러대고 있다. 구차한 변명이 분노한 국민에게 통할 리 없다. 그의 발언은 이미 막말 수준을 넘어 망언으로 비화해 버렸다.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는 극소수의 양반이 백성 위에 군림했던 봉건사회에서도 감히 입 밖에 내기 어려운 극언이다. 정말 ‘개·돼지’만도 못한 고위 공무원이 국민을 향해 내뱉은 폭언이 아닐 수 없다. 술을 마신 것이 면책사유가 될 수도 없다. 이런 저급한 인사가 어떻게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누리과정, 대학구조개혁 등 교육부의 주요 정책을 기획하고 다른 부처와 정책을 조율하는 요직에 앉았는지 기가 막힌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이 9일 규탄 논평을 발표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포함한 교육단체들이 비판 수위를 높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교육부는 경위를 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나 기획관을 엄중 조치할 방침이라고 한다. 들끓는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시간을 끌면서 두루뭉수리로 넘어가면 안 된다. 공복(公僕)이기를 포기한 나 기획관이 스스로 공직을 떠나게 유도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버티면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조사를 마치고, 법과 국민 눈높이에 맞게 중징계를 해야 마땅하다. 교육부 장관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공무원들의 일탈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