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엘도라도’를 향해 ‘골드러시’
입력 2016-07-11 19:28
16세기 유럽의 정복자와 탐험가들은 대서양 건너편 신대륙을 소개하며 황금도시를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죽음을 불사하고 탐험에 나설 뱃사람 일꾼 병사를 모집하기 위해선 유인책이 필요했다. 왕실로부터 더 많은 지원금을 끌어내기 위해서도 귀가 솔깃한 말들이 필요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항해일지에서 ‘신(神)’ 다음으로 많이 등장한 단어는 ‘금(金)’이다.
유럽의 아메리카대륙 개척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아마존 유역의 전설적 황금도시. 500년 전 탐욕과 침략을 빚은 신기루였고, 지금은 역사서와 구전동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도전과 희망의 이상향. 바로 엘도라도(El Dorado)다. 2016 리우올림픽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출범 122년 만에 처음으로 남미에서 열리는 대회이자 4년 동안 골드러시를 준비하며 구슬땀을 쏟은 선수들의 엘도라도다.
한국은 2012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를 수확하고 종합 5위에 올랐다. 원정 올림픽 출전 사상 최고 성적이다. 금메달 수는 2008 베이징올림픽과 같지만 종합순위는 2계단이나 상승했다. 한국의 사상 최고 성적은 1988 서울올림픽에서 거둔 종합 4위(금메달 12개)다.
리우올림픽에선 목표치를 하향했다. 금메달 10개에 종합 10위권 진입이 우리의 목표다. 목표치를 낮게 잡은 결정적인 원인은 효자종목의 부진이다. 과거 우리에게 많은 금메달을 안겼던 태권도 레슬링 탁구 배드민턴 등에서 다른 국가에 추격을 허용했다. 개최지의 열악한 여건도 원인이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는 지금 치안불안과 질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몽규 선수단장은 올림픽 개막을 100일 앞둔 지난 4월 27일 서울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올림픽 사상 최악의 여건이다. 우리 선수단의 안전을 최우선과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디에서 금맥을 뚫을까. 가장 유력한 종목은 양궁 사격 유도 태권도 배드민턴이다. ‘한국 예선이 올림픽 본선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강세가 뚜렷한 양궁, 진종오(37·KT)의 기량이 녹슬지 않은 남자 사격, 체급별 세계 랭킹 1위만 3명을 보유한 남자 유도는 다관왕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들이다.
양궁은 사상 처음으로 전 종목(4종목) 금메달을 노린다. 남자 개인전에선 세계 랭킹 1위 김우진(24·청주시청)이 금빛과녁을 조준하고 있다. 기보배(28·광주시청)와 최미선(20·광주여대)은 여자 개인전 금·은메달을 양분할 것으로 보인다. 남녀 단체전에선 한국 선수들끼리 경쟁할 필요도 없다.
사격의 간판스타 진종오는 올림픽 출전만 벌써 네 번째다. 앞서 세 번의 대회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를 수확했다. 리우올림픽 목표는 2관왕이다. 공기권총 10m, 권총 50m에 출전한다. 권총 5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면 한국의 동·하계올림픽 모든 종목을 통틀어 처음으로 3연패를 달성할 수 있다.
남자 유도는 적게는 2개, 많게는 4개의 금메달이 가능하다. 김원진(24·양주시청·60㎏급) 안바울(22·남양주시청·66㎏급) 안창림(22·수원시청·73㎏급)은 체급별 세계 랭킹 1위다.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90㎏급 2위로 내려간 곽동한(24·하이원)의 목표 역시 금메달이다.
긴 다리를 휘둘러 상대의 머리까지 발차기를 꽂아 넣는 남자 태권도 68㎏급의 이대훈(24·한국가스공사), 배드민턴 남자복식 세계 랭킹 1위 이용대(28·삼성전기) 유연성(30·수원시청)도 유력한 금메달 후보들이다.
양궁 사격 유도는 대회초반인 7∼13일 사이에 대부분 배정됐다. 골드러시는 대회초반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이대훈과 이용대-유연성 조가 각각 태권도와 배드민턴에서 금메달을 노릴 19일에 다시 한 번 ‘반짝’ 골드러시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도 여자 57㎏급의 간판스타 김잔디(25·양주시청), 태권도 남자 58㎏급의 김태훈(22·동아대·58㎏급), 배드민턴 혼합복식 세계 2위 고성현(29·김천시청)과 김하나(27·삼성전기)는 은메달 전망을 받고 있지만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면 골드러시에 합류할 수 있다.
신태용(46) 감독과 손흥민(24·토트넘 홋스퍼)이 의기투합해 2회 연속 메달에 도전하는 남자 축구, 박인비(28) 등 한국 선수들이 세계를 점령한 여자 골프, 손연재(22)가 유려한 몸동작을 선보일 리듬체조, 박태환(27)이 천신만고 끝에 국가대표로 합류한 남자 수영은 밤잠을 설치면서 중계방송을 시청할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메달권 진입을 노리는 종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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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