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와 관련, 지난해 새누리당과 보건복지부의 당·정 협의체가 지역가입자 70% 이상의 보험료 부담이 줄어드는 내용의 개편안을 만들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개편안을 적용하면 보험료가 오르는 사람은 전체 가입자의 2∼3%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 협의체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청와대와 복지부가 보험료 부담이 늘어날 2∼3% 고소득층의 눈치를 보느라 개편을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상위 2∼3%의 보험료가 오르고 지역가입자 70% 이상의 보험료가 낮아져 형평성 문제가 대부분 해소되는 안을 지난해 당·정 협의체에서 만들어 인쇄까지 했다”고 밝혔다. 사공진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도 “지역가입자의 5% 정도만 보험료가 오르고 상당수는 보험료가 내려가는 안을 준비해 발표만 하면 되는 단계였으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미뤄졌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당·정 협의체에 참여한 전문가 4명에 포함됐었다. 새누리당 의원들과 복지부 공무원,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당·정 협의체는 지난해 2∼7월 7차례 회의와 2차례 워크숍을 열고 부과체계 개편을 논의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고소득층의 반발이 두려워 건보료 개편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정 협의체 논의에서 복지부 공무원들이 전혀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새누리당 의원 상당수가 더 적극적이었다”고 말했다. 사공 교수도 “복지부는 (개편을)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면서 “지난해부터 시종일관 시뮬레이션 타령을 하는데, 시뮬레이션은 벌써 끝난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건보료 부과체계의 불합리성과 불공정성을 바로잡기 위해 2013년 7월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을 출범시킨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기획단의 개선안 발표를 앞두고 당시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전격 연기를 발표했다. 그 뒤로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건보료 부과체계 개혁에 최적기라고 본다. 여야가 모두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에 찬성하고 있고, 건보 재정도 흑자 규모가 19조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당·정 협의체에 참여했던 정형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어떤 개편안이든 돈을 더 내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고 정부가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정치권이 여야 합의체를 구성해 일을 추진해야 관료들이 움직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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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단독] 고소득층 눈치보느라 건보개혁 표류
입력 2016-07-11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