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가 없다.”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울산 현대는 요즘 팬들한테 이런 얘기를 많이 듣는다. 그래도 윤정환(43·사진) 감독은 “모두가 원하는 축구를 할 순 없다”며 고집을 꺾지 않는다. 이번 시즌을 11위로 시작한 울산은 현재 3위까지 올랐다. 비결은 ‘수비’다.
울산은 지난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의 19라운드 경기에서 0대 0으로 비겨 9승4무6패(승점 31)를 기록했다. 서울과 승점에서 동률을 이뤘지만 골 득실에서 밀려 3위에 자리를 잡았다.
윤 감독은 현역 시절 놀라운 테크닉과 뛰어난 축구지능, 정확한 패스로 이름을 떨친 미드필더였다. 또 20여 년 전 K리그에서 아기자기한 패스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니포 축구’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그는 니포 축구를 따르지 않는다. 그는 선수들에게 “패스 100번 해봐야 승점 1점 안 준다”는 말을 곧잘 한다. 끊임없이 볼을 돌리는 게 아니라 몇 번의 창의적인 패스로 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소신이다. 한마디로 그가 추구하는 축구는 이기는 실리 축구다.
2011년 1월 일본 J2리그(2부 리그)의 사간 도스를 맡은 그는 그해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며 승격시켰다. 2014년엔 팀을 J리그(1부 리그) 2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2015 시즌 울산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그가 보여 준 축구는 내용과 성적(7위)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K리그 클래식 2년차에 접어든 윤 감독은 수비 축구로 승부를 걸고 있다. 수비에 치중하다가 역습으로 리드를 잡으면 수비수를 교체 투입해 뒷문을 잠가 승리를 챙치고 있다. 한 골 승부를 많이 한 울산은 19라운드까지 19득점, 21실점을 기록했다. 득점은 12개 팀 중 10위이며 실점은 전북 현대와 공동 2위다. 골득실 차가 -2인데도 성적은 좋은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울산 팬들은 윤 감독이 울산 축구를 재미없게 만들어 버렸다고 아우성을 쳤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도 지난 3월 14일 이정협(25·울산)을 선발하며 “어제 경기에서는 이정협이 아니라 호날두, 메시가 나섰어도 골을 넣지 못했을 거다. 울산 공격수는 볼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래도 윤 감독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세계 축구 흐름은 역습 위주다. 전 세계 어딜 가나 수비하지 않는 팀은 진다.”
울산의 과거는 수비축구였다. 2000∼2008년 김정남 감독 시절의 ‘깡패축구’와 2008∼2013년 김호곤 감독의 ‘철퇴축구’ 근간이 수비였다. 울산은 2005년 정규리그 우승, 2012년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시즌 윤 감독이 수비축구로 달성하려는 목표는 두 가지다. 우선 상위 스플릿에 드는 것이다. 그리고 더 큰 목표는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내는 것이다.
김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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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7-10 18:29 수정 2016-07-11 0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