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쿠바 미사일 위기’와 유사” 中, 한반도 전략 수정론 대두

입력 2016-07-11 00:29
중국에서는 한반도 전략 수정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인민일보 해외판이 운영하는 SNS 매체 협객도(俠客島)는 9일 ‘중국은 한반도 전략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논평 기사를 내보냈다. 협객도는 사드 한국 배치를 구소련이 미국 앞마당 쿠바에 미사일을 배치하려던 ‘쿠바 미사일 위기’와 상당히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 입장에서 사드 배치가 현실화된 이상 모든 한반도 전략을 다시 생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협객도의 논리는 “중국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외교나 유엔 제재 등 한반도에서 지대한 공헌을 했지만 미국과 한국의 이러한 태도(사드 배치)에 부득이 이전의 행동이 가치가 있었던 것인지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뤼차오 랴오닝사회과원 연구원은 환구시보에 “사드 한국 배치의 승자는 북한”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엔 제재에 대한 중국과 미국, 한국의 주장은 상당히 일치했다”면서 “만일 중국과 한국에 사이에 대립이 생긴다면 북한에 대한 압력은 줄고 북핵 포기 정책은 부차적인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사드 한반도 배치를 방어수요를 초월하는 것이라고 밝힌 점도 주목된다. 그는 “미국이 다른 국가의 불안전을 발판으로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지 말라”고 말했다. 사드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미국의 논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왕이 외교부장이 한국에 ‘냉정하게 생각하라’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국방부 역시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양위쥔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한·미 양국의 관련 행위를 긴밀하게 주시하고 있으며 국가의 전략적 안전과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눈길을 끄는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사드에 맞대응하기 위한 군비 증강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관영 언론의 비난 공세도 이어졌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초점을 미국에 맞춘 반면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환구시보는 한국을 맹비난했다. 인민일보는 9일자 평론에서 “사드는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위험을 추가했으며 중국을 포함한 지역 국가의 전략 안전과 전략 균형에 엄중한 손해를 끼쳤다”며 미국을 강하게 비난했다.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사드 배치와 관련된 한국의 정부기관, 기업, 정치인을 제재하라고 중국 정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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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