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가 눈을 자주 비벼서 걱정이라는 학부모들이 많다. 이러한 증상이 혹시 시력저하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닌지 궁금해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들이 눈을 자주 비비는 행위는 시력 저하 현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맞다. 따라서 시력이 개선되면 눈 비비는 행위도 자연히 사라진다.
눈이 가렵다는 것은 눈에 열이 있다는 신호다. 우리 몸은 열을 받으면 가려움증이 생긴다. 한 겨울 야외에서 모닥불을 쬐면 금세 피부가 따끔거리며 가려워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눈에 열이 있으면 당연히 가려움증이 생기고, 그 결과 자꾸 눈을 비비게 된다는 말이다.
자연계의 열은 위로 올라가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사람은 이와 반대 상태가 되도록 노력하는 게 좋다. 더운 기운은 아래로 내려가고 찬 기운은 위로 올라가야 몸도 쾌적한 상태가 되는 까닭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수승화강’(水昇火降)이란 용어로 부른다. 신장의 찬 기운은 위로 올라가고 심장의 더운 기운이 아래로 내려간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발과 아랫배는 따뜻하고 머리와 가슴은 시원해야 건강한 생리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이 균형이 깨져 더운 기운이 위로 올라가기만 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병이 생기는 과정이다. 눈도 마찬가지다 아래로 내려가야 할 더운 기운이 거꾸로 위로 올라오게 되면 가려움을 느끼게 되고 눈을 비비는 행위를 하게 된다.
이렇게 열이 위로 올라 병적 상태가 유발되는 한의학적 원인은 크게 5가지다. 과식으로 오는 ‘식적’(食積), 과로로 오는 ‘노권’(勞倦), 스트레스에서 오는 ‘칠정’(七情), 몸의 진액이 고갈돼 오는 ‘음허’(陰虛), 진액이 변해서 오는 ‘담음’(痰飮) 등이다.
시력은 휴대전화를 많이 본다거나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것만으로 나빠지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눈 훈련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시력이 좋아지기를 기대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평소 과식과 과로를 피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도록 주의하는 등 시력저하 병인이 생기지 않도록 좋은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혁재 소아시한의원 원장
[헬스파일] 아이가 눈을 자주 비빈다면…
입력 2016-07-11 1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