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강주화] 여가 목록

입력 2016-07-10 17:30

곧 여름휴가 기간이다. 매년 이달 말부터 다음달 중순까지 피서객이 가장 많이 몰린다. 주로 시원한 바다나 계곡을 휴가지로 택한다. 일부는 해외로 떠날 것이다. 올해 1월 해외로 간 국내 여행객은 211만여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비 매월 평균 14% 여행객이 증가한 것으로 볼 때 이번 여름에도 많은 이들이 해외 휴양지를 택할 것이다.

여행은 가장 빈번한 여가활동 중 하나다. 미국의 심리학자 뉴링거(Neulinger, 1981)는 여가를 ‘내적 동기를 가지고 스스로 자유롭게 선택한 행위’라고 정의한다. 연인들의 여행은 대개 여가 활동이지만, 데이트 상대가 가진 재력 때문에 해외여행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돈이라는 외적 동기가 개입됐기 때문에 일에 가깝다고 분석한다.

해외여행 증가는 일상을 탈출하려는 내적 욕구를 어느 정도 반영하지만 ‘과시’라는 외적 동기가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서핑 장비를 들거나, 미국 하와이에서 코코넛 빨아먹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야 주변에 자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가의 라틴어 어원인 자유로움(Licere), 한가로움(Otium), 명상(Scole)과는 거리가 있다.

2014년 국민 여가활동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의 주요 여가활동은 텔레비전 시청(51.4%), 인터넷 서핑(11.4%), 게임(4.0%) 등이다. 소극적인 것들이다. 여가활동의 가짓수, ‘여가 목록’이 빈약하다. 이 통계대로라면 해변에서도 각자 스마트폰으로 아버지는 야구를 보고 어머니는 드라마를 시청하고 딸은 채팅을 하고 아들은 게임에 몰두할 것 같다.

다양한 여가활동은 그만큼 다양한 즐거움을 준다. 이 목록을 다양하게 만들자. 해변에 누워 밤하늘의 별 보기, 맨몸으로 장대비 맞기, 계곡에 발 담그고 수다 떨기…. 아름다운 기억은 우리 모두에게 ‘힘’이 된다. 올해 휴가지에서는 우리 가족의 여가 목록을 늘려보면 어떨까. 스마트폰에 코 박지 말고.

강주화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