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시되는 TV는 화질 못지않게 디자인을 강조한다. TV는 방송이나 영화를 시청하는 것이 가장 본질적인 가치이지만 TV 자체도 인테리어 소품으로서 존재 의미가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디자인경영센터 HE디자인연구소장 차강희 상무는 10일 "얼핏 보면 TV 디자인이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소한 것이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면서 "좋은 그릇에 담아야 소비자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LG전자의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는 그동안 TV에서 쓰지 않았던 강화유리 소재를 입혔다. 보통 TV 테두리와 뒷면은 검은 플라스틱 소재로 씌우지만 올레드 TV는 유리로 차별화를 꾀했다.
백라이트로 뒷면에서 빛을 쏴야 하는 LCD TV는 유리를 쓸 수 없다. 빛이 옆으로 새어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레드 TV는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유리를 사용할 수 있었다. 패널 두께도 3㎜로 얇기 때문에 유리와 결합해 투명하고 깔끔한 디자인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차 소장은 “올레드라는 지금까지 없던 디스플레이로 만드니 다른 소재를 찾아보자는 생각을 했다”면서 “TV에 적용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많은 연구를 했다”고 설명했다.
유리에 구멍을 내면 내구성이 약해지기 마련인데, 구멍을 뚫으면서도 강도를 유지하도록 개발했다. 또 나사를 사용하지 않고 패널에 유리를 직접 붙이는 방식을 택했다. 적당한 접착제를 찾기 위해 수십 종류의 접착제로 연구를 진행했다. 가장 중요한 유리의 경우 덴마크 이탈리아 일본 스웨덴 등 전 세계를 다니며 심미성과 안전성을 모두 갖춘 소재를 찾았다.
보통 TV는 각종 회로가 TV 뒷면에 배치되고, 스탠드가 하단에 있는데, 올레드 TV는 스탠드 개념도 없앴다. 회로를 하단으로 내리면서 음질이 좋은 스피커까지 함께 배치했다. 그는 “좋은 TV는 사운드도 좋아야 한다는 걸 은연중에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올레드 TV(모델명 OLED65E6)로 올해 세계 최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레드닷’ 어워드에서 최고상인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수상했다. LG전자는 올레드 TV를 처음 출시한 2013년 이후 세 번째 이 상을 받았다.
최근 독일 에센시에서 열린 레드닷 어워드 시상식에 다녀온 차 소장은 “‘올레드 TV를 얼마에 살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온 디자인 관련 종사자들에게도 올레드 TV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필수 구비 품목)’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차 소장은 홍익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1991년 LG전자에 입사해 여러 휴대전화를 디자인하며 우수 디자인 상품전 대통령상 등을 수상했다. 2006년 LG전자 ‘슈퍼 디자이너’로 선정됐고 2010년 대한민국디자인대상 공로부문 산업포장을 받았다. 현재 산업디자인협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차 소장은 TV에서 디자인이 강조되는 이유를 주거 트렌드 변화에서 꼽았다. 그는 “과거 주거문화는 안방, 거실 등 공간을 분리하는 개념이었지만 최근에는 모든 곳이 개방되는 ‘오픈 스타일’로 바뀌고 있다”면서 “공간을 분리하는 ‘플로어 스탠드’ 개념으로 TV를 두다 보니 뒷면이나 전체적인 디자인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 소장은 “좋은 TV는 남들에게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은 아이템이 되고 있다”면서 “남들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고급스럽게 연출함으로써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차 소장은 “디자인이 TV의 본질인 시청 몰입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올레드 TV에 최근 디자인 트렌드인 ‘미니멀리즘’을 적용한 것도 이런 이유다.
차 소장은 “올레드 TV는 단순히 시장을 변화시키는 제품이 아니라 시장에 혁신을 가져오는 제품”이라면서 “지속적으로 소비자의 기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TV는 점점 아름다워질 것이고, 내년에 보는 올레드 TV는 올해보다 더 큰 혁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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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인터뷰] 강화유리로 새 ‘올레드 TV’ 만든 LG전자 차강희 소장 “사소한 것이 큰 차이 만들어”
입력 2016-07-10 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