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는 5회 이후 구속이 확연히 떨어졌다. 슬라이더는 예전처럼 예리하지 못했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은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겨내지 못했다. 그래도 89개의 공을 던질 만큼 몸 상태는 많이 회복된 모습이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9·LA 다저스)이 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류현진은 복귀전에서 4⅔이닝 동안 8피안타(1홈런) 2볼넷 4탈삼진 6실점을 기록했다. 만족스런 복귀전은 아니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투수에게 가장 치명적인 어깨 부상을 이겨내고 640일 만에 당당히 다저스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섰다.
류현진은 지난해 5월 왼쪽 어깨 관절와순 수술을 받은 뒤 재활에 매진해왔다. 수술 후 완치 확률은 7%. 재활과정이 순탄치 만은 않았다. 어깨 통증 재발과 사타구니 부상 등이 겹치면서 복귀 일정은 자꾸만 뒤로 밀렸다.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이후 후반기가 되서야 돌아올 거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공백 기간도 계속 길어졌다. 그의 마지막 등판 경기는 2014년 10월 7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3차전이었다. 메이저리그 복귀까지 무려 21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어깨 부상을 입기 전 류현진은 시속 150㎞대의 패스트볼과 주무기인 체인지업으로 상대 타자들을 공략했다. 하지만 그런 구속을 볼 수 없었다. 경기 초반 시속 90∼92마일(145∼148㎞)을 던졌지만 이전에 비해 크게 속도가 낮아진 모습이었다. 결국 1회 멜빈 업튼 주니어에게 6구째 밋밋한 패스트볼을 던져 솔로 홈런을 내줬다. 2회에도 2사 1, 2루 위기에서 드류 포머란츠에게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내줬다. 3회는 무실점으로 막았으나 4회 알렉세이 라미레스에게 적시타를 허용해 추가로 실점했다. 류현진은 5회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내며 이닝을 매듭짓는 듯했지만 2사 주자 1, 2루 위기에서 알렉스 딕커슨에게 적시 3루타로 2점을 더 내줬다. 그리고는 케이시 피엔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동료들의 수비실책과 방망이도 아쉬웠다. 4회 코리 시거의 악송구에 이어 5회 야시엘 푸이그의 포구 실책이 나오며 류현진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했다. 다저스 타선은 9회까지 단 2개의 안타만 때렸다. 다저스는 0대 6으로 샌디에이고에 승리를 내줬다. 류현진은 복귀전에서 패전투수가 됐다.
류현진은 5회가 넘자 구속이 다소 떨어졌다. 평균 구속은 144.5㎞로 측정됐고 148㎞ 이상의 공은 4개였다.
현지 언론들은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LA타임즈는 류현진의 낮은 구속을 지적하며 “류현진이 21개월 만에 첫 선발 등판에 나섰지만 육체적인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며 낙관적인 부분을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번 등판은 지난해 어깨 수술 이후 류현진의 부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만 깊어졌다”며 “그의 다음 등판은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난 뒤다. 그가 팀의 어떤 계획에 포함될지 의문”이라고 혹평했다.
그래도 류현진은 꿋꿋했다. 류현진은 “통증이 없어 던지면 던질수록 마음이 편안해졌다”며 “어떤 공을 던지든 어깨에 불편함이 없었다. 제구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고 자신을 평가했다. 또 “(구속은) 계속해서 경기에 나서다 보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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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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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7-09 0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