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27)이 대한체육회와의 힘겨운 싸움 끝에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 티켓을 따냈다. 이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리우에서 올림픽 3회 연속 메달을 획득해야 땅에 떨어진 명예를 회복할 수 있다.
길고 길었던 리우행
시련의 시작은 금지약물 투약이었다. 박태환은 2014년 7월 서울 중구 T병원에서 네비도 주사를 맞았다. 문제는 네비도에 근육강화제 일종이자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었다. 테스토스테론은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금지약물로 지정돼 있다. 결국 박태환은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주사를 처방한 의사를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금지약물을 투약한 경위가 고의가 아닌 진료의사의 부주의라고 밝혔고, 박태환에게 과실이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징계는 피할 수 없었다.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간 선수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 3월 2일 선수자격을 회복하며 리우행에 올인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체육회 및 경기단체에서 금지약물을 복용, 약물 사용 허용 또는 부추기는 행위로 징계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국가대표 결격 대상’이라는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규정 제5조 6항에 따라 국가대표로 뽑히지 못한 것이다.
박태환은 대한체육회와 길고 긴 공방을 이어갔다. 이중처벌이라며 국가대표로 뽑아줄 것을 요구했지만 대한체육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국가대표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온 것이다. 서울동부지법은 지난 1일 박태환 측이 대한체육회와 대한수영연맹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 “대한체육회와 대한수영연맹의 올림픽 대표 선발기준을 만족한 항소인 박태환이 리우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는 국가대표 선수로서 자격이 있다”고 적었다. 또 “세계반도핑규정 위반으로 받은 징계를 완료한 선수에게 3년간 국가대표 참여를 못하게 하는 대한체육회의 결정에 대한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항소는 적법했다”고도 했다.
결국 8일 모든 논란의 마침표가 찍혔다. 이날은 급박했다. 대한체육회가 오전 8시 긴급이사회를 열고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에 대해 CAS의 결정에 무조건 따른다는 입장을 내놨고, 박태환 측은 오후 1시 기자회견을 열고 CAS 잠정 처분과 관계없이 박태환의 국가대표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리고 오후 6시쯤 CAS의 결정이 나오면서 모든 논란이 종결됐다.
명예회복 남았다
박태환은 수영 불모지인 한국이 낳은 최고의 스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400m 금메달과 자유형 200m 은메달을 따냈다. 4년 후 열린 런던올림픽에서도 자유형 400m와 2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태환은 올림픽 3회 연속 메달에 도전한다.
다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 100·200·400·1500m 등 총 4개 종목에 출전한다. 하지만 20대 후반의 나이를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메달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은 주 종목인 자유형 400m다. 올해 박태환의 이 종목 최고 성적은 지난 4월 동아시아대회에서 세운 3분44초26이다. 현재 박태환은 이 부문에서 6위에 그치고 있다.
금메달까지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올림픽 출전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다는 점에서 남은 1개월 동안 몸을 잘 만든다면 올림픽 3회 연속 메달이라는 위업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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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규엽 김철오 기자 hirte@kmib.co.kr
박태환 리우 간다… 체육회와 긴 공방 종지부 자신과의 싸움 남아
입력 2016-07-09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