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공급률 인상… 서점계 ‘동네서점 죽이기’ 반발

입력 2016-07-10 17:24 수정 2016-07-11 20:15
지난 1일 문학동네의 공급률 인상 조치 이후 "매대에서 문학동네의 책을 뺐다"는 얘기를 사진과 함께 SNS에 올리는 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위쪽은 충북 충주시의 책이있는글터 서점이고, 아래쪽은 경남 진주시에 있는 진주문고. 글터 서점, 진주문고 제공

출판계와 서점계가 도서 공급가를 놓고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이달 초 국내 최대 출판사 중 하나인 문학동네가 서점 공급률을 기존 70%에서 73%로 인상했고, 뒤를 이어 6개 중견 출판사들이 공급률 인상에 동참했다. 서점계는 공급률 인상을 ‘동네서점 죽이기’로 규정하고, 한국서점조합연합회(서련)와 한국서점인연합회(한서협)를 중심으로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예스24, 인터넷교보문고, 알라딘 등 인터넷서점들도 대응을 논의 중이다.

공급률이란 출판사가 서점에 공급하는 책값을 정가 대비 비율로 표시한 것이다. 단행본의 경우, 그동안 통상적으로 70%의 공급률이 적용돼 왔다. 정가 1만원의 책이라면 7000원에 서점에 공급해온 것이다. 다만 판매량이 많은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에는 그보다 더 낮은, 평균 61%의 공급률이 적용돼 왔다.

문학동네를 필두로 출판사들이 이례적으로 공급률 인상에 나선 데는 두 가지 배경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출판사들의 경영 악화, 그리고 도서 할인폭을 15%로 묶은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에 따른 서점의 이익 상승이다. 할인폭이 줄다보니 책 한 권을 팔 때 서점의 이익은 늘어났다. 그러나 공급률은 그대로여서 책 판매량 감소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해 왔다는 게 출판계의 일반적 인식이다. 출판사들이 올 초부터 모임을 갖고 공급률 인상 문제를 논의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문학동네가 지난 1일 전격적으로 도매가 인상 조치를 단행하면서 공급률 인상의 포문을 열었다. 문학동네는 도매가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소매서점 공급률을 73%로 올렸고, 대형 서점과 인터넷서점에도 공급률 인상을 협의 중이다.

지난 7일 서련은 전국 조합장 회의를 열고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32개 전국 중형서점들의 협의체인 한서협도 총회를 열고 서련이 꾸리는 대책위에 인력을 파견하는 등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한서협 산하 일부 서점들은 벌써 매대에서 문학동네 책을 빼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여태훈 진주문고 대표는 “문학동네의 일방적 공급률 인상은 서점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이윤조차 보장하지 않겠다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여 대표는 “문학동네의 공급가에 의한다면, 1만원짜리 책을 팔아 2500원을 남기게 된다. 여기서 직접 할인 1000원(10%), 마일리지 등 간접할인 500원(5%)을 제하고, 카드나 상품권 거래 시 빠져나가는 수수료 250∼500원까지 고려하면, 서점에는 1000원에서 500원밖에 남지 않는다”면서 “중소형 서점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붙이는 짓”이라고 말했다.

서점계에서는 문학동네가 공급률 인상이 겨냥하는 진짜 타깃은 인터넷서점이라고 보고 있다. 중소서점들의 공급률을 인상해봐야 출판사 이익이 크지 않다. 그래서 책 판매 비율이 높은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의 공급률을 올리기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해 중소서점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동안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들은 막대한 판매량을 무기로 공급률 인하를 관철시켜 왔다.

앞서 지난 2월 국내 중견 단행본 출판사들의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는 예스24를 상대로 공급률 인상을 요청하며 인터넷서점의 낮은 공급률 문제를 제기했다. 예스24는 출판인회의의 요구를 받고 개별 출판사를 상대로 공급률을 재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현재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출판사들의 공급률을 인상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인회의에 따르면, 예스24의 공급률은 65∼67% 수준으로 조정되고 있다.

문학동네는 인터넷서점에게 70%에 육박하는 공급률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서점들은 이를 과도한 요구로 보고 대응책을 모색하는 중이다. 특히 이런 요구가 다른 출판사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창비는 최근 인터넷서점들과 공급률 인상 협상을 벌여 일부 상향 조정을 이뤘으나 70% 인상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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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