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숙원인 평화헌법 개정의 발판을 마련할 것인가.
일본이 10일 임기 6년의 참의원 121명을 새로 뽑는 선거를 치른다. 총리 선출권을 겨루는 중의원 선거와 달리 정권교체 가능성과 무관하고 참의원 전체 의석(242석)의 절반만 대상으로 하지만 이번 선거의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선거 결과에 따라 일본이 개헌을 통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이번 선거는 아베 총리의 ‘정신적 지주’인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1896∼1987) 전 총리가 60년 전 자민당 간사장으로서 치렀던 참의원 선거와도 비견된다고 8일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1956년 선거에서 기시는 2차 세계대전 패전국으로서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없는 평화헌법 체제 탈피를 위한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당시 야당인 사회당의 약진으로 기시와 자민당은 개헌 발의안을 낼 수 있는 3분의 2를 못 채웠고 개헌 야망은 수포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조금 다를 수도 있어 보인다. 최근 교도통신과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등 주요 매체들의 여론조사를 종합해보면 연립여당인 자민당·공명당과 오사카유신회, 일본의 마음을 소중히 여기는 당 등 개헌에 찬성하는 4개당(이하 개헌 4당)은 121석 가운데 70석대 후반을 확보할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개헌 4당이 이번 선거에서 78석 이상을 확보할 경우 개헌 발의안을 낼 수 있게 된다.
압승이 유력한 상황에서도 아베 총리와 집권 자민당은 개헌 언급을 자제하며 발톱을 끝까지 숨기고 있다. 60년 전 선거에서 자민당이 “천황 중심의 군사적 재무장을 목적으로 한 자주헌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가 역풍을 맞았던 것을 교훈으로 삼은 것으로 해석된다.
선거 막판에 접어들면서 개헌보다는 경제문제가 선거의 중심이슈로 가고 있다.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5일까지 트위터에서 선거와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경기’와 ‘고용’이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참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개헌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선거에서 개헌 4당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경우 일본 정치권 내 헌법 개정 논의가 착수될 전망이다.
실제 개헌까지는 발의 이후에도 개헌안에 대한 국회 내부 논의와 국민투표 등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일본 정치권이 개헌 국면에 접어들 경우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 반발이 이어지면서 동북아 역내 긴장도 다시금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전쟁할 수 있는 일본’ 심판대 선 아베
입력 2016-07-08 21:39 수정 2016-07-09 0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