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발표] 칠곡이 유력하지만 수도권 방어에 취약
입력 2016-07-08 18:25 수정 2016-07-08 19:22
한·미 군 당국이 8일 서둘러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결정을 공식 발표한 것은 북한 위협에 대한 신속 대응은 물론 사드 배치 지역을 둘러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 들어 북한이 사거리 200㎞에 달하는 신형 방사포를 시험발사하고, 사거리 3000㎞ 이상인 중거리 탄도미사일 무수단 시험발사도 성공시키면서 한반도엔 북한발 위협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커졌다. 이와 함께 사드 배치 지역에 대한 무수한 추측이 나돌면서 후보 지역으로 거론된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지는 등 불필요한 부작용이 속출했다.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토머스 밴달 미8군사령관은 “사드 배치를 둘러싼 추측과 논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기 배치 결정 발표를 했다”고 설명했다.
한·미 군 당국은 사드 배치 지역을 이번에 발표하지 않았지만 부지 선정에서 전략적 효용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드 배치 협의를 위한 한·미 공동실무단 미국측 단장인 로버트 헤들런드 한미연합사령부 기획참모부장은 “사드의 실효성, 환경 및 건강, 안전 요건을 충족하는 가장 적합한 대한민국 부지 선정 작업을 최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 지역은 당초의 목적을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사드의 1차 목적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주한미군 기지와 미군의 전쟁 지속능력을 보호하는 일이다. 2차 목적은 남한 방어다. 현재 군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구축하고 있는 킬체인·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가 완성되려면 2020년대 중반이 돼야 한다. 그 기간의 전력 공백을 보완하는 기능을 사드가 수행하게 된다.
이를 위해 사드 배치 지역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전략자산이 있는 곳과 효과적인 방어가 가능한 곳으로 결정돼야 한다. 사드 사거리가 200㎞이기는 하지만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타격하려면 목표지점에서 100여㎞ 내에 있어야 한다. 또 북한의 신형 방사포 위협 거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간 유력 후보지로 거론됐던 경기도 평택과 충북 음성 등은 위협 거리 내에 있다. 경북 칠곡과 전북 군산, 부산 기장은 위협 거리 밖이다.
평택은 새롭게 형성되는 미군기지로, 작전기지로서의 역할이 크다. 반면 칠곡은 작전기지가 인근에 있을 뿐 아니라 유사시 전쟁수행 물자가 들어오는 포항 및 대구와 가깝다. 부산은 유사시 북한이 기뢰부설 등으로 가장 먼저 폐쇄될 가능성이 커 포항과 대구가 유사시 군수물자 수송 지역이 된다. 동부축선과 서부축선으로 군수물자 수송이 가능한 요충지이기도 하다. 패트리엇 포대가 위치한 대구기지와도 가까워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환경 안정성도 고려 대상이다. 사드가 사용하는 강력한 레이더의 전자파 유해 범위에 대해 국방부는 최소 방사각인 5도를 세워 레이더 전자파를 쏠 경우 100m 밖이면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검증이 안 됐다는 불신이 큰 상황이다. 후보지로 제기된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한·미 양국은 인구밀도가 낮고 사드 전자파 레이더 노출 부분이 가장 적은 지역을 고려하고 있다.
이런 요건만 고려한다면 경북 칠곡이 유력하지만 이곳은 수도권 방어가 어려운 단점이 있다. 국방부도 이 부분에 대해 고민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류 실장은 “중부권 이남에 배치될 경우 ‘서울’을 포기한 것으로 비치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대해 “배치 발표 시 충분히 설명드리겠다”며 확답을 피했다. 그는 또 “북한 미사일 위협에서 한반도를 방어하는 데 사드만 있는 것은 아니다”며 우리 군이 추진하는 KAMD를 강조했다. 중부권의 미사일사령부를 중심으로 수도권 방어는 KAMD가, 후방 방어는 사드가 맡는 역할분담론도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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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