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8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한반도 배치 공식 발표에 중국의 반발은 어느 때보다 신속하고 강력했다. 러시아도 사드 배치에 강력히 반발한만큼 앞으로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미·일과 북·중·러의 삼각 대립 구도가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한·미 양국이 발표한 직후 중국 관영 언론들은 일제히 속보를 타전했고, 중국 외교부는 즉각 홈페이지에 ‘결연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곧바로 주중 한국대사와 미국대사를 불러 강력히 항의했다.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중국의 불만 강도와 당혹감을 엿볼 수 있다.
중국은 그동안 한·미를 향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드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직접 나서 한국과 미국 정상과의 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공식 제기했다. 지난달 25일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를 비난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사드 배치는 자신들의 전략적 안전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중·러가 사드를 반대하는 이유는 사드의 적용범위 특히 X밴드 레이더가 한반도 방어 수요를 훨씬 넘어 아시아 대륙의 한복판까지 들어온다는 것이다. 중·러는 사드 배치를 한반도 안보가 아닌 미국이 중·러를 견제하기 위해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무엇보다 향후 대응 수위가 관심이다. 중·러가 일단 외교적 대응에 나섰지만 향후 더 강력한 대응 조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군사적으로는 한반도와 인접한 동북 지역에 미사일 무기 시스템을 증강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초 관영 환구시보는 사드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대응을 주문한 바 있다. 아울러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공조와 무력시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이 한국에 대한 경제적 보복에 나설지에는 전망이 엇갈린다. 다수의 중국 전문가들은 “사드 배치는 군사·안보 문제여서 군사·안보적 대응에 국한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베이징의 한 경제계 인사는 “중국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그냥 지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드러나지 않게 비공식적으로 한국에 경제 보복을 가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우려했다.
사드 배치 발표로 북핵 문제가 꼬일 수도 있다. 중국은 겉으로는 유엔 대북결의 이행에 동참하는 모양새지만 한·미의 강경 일변도 북핵 해법에 불만을 표시해 왔다. 특히 오는 12일 남중국해 분쟁에 관한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 판결 이후 미·중 갈등이 증폭되면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그럴 경우 북핵 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협조를 기대하기가 더욱 어렵게 된다. 한 소식통은 “동북아에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립 구도가 정착된다면 북핵 문제는 더 풀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일본 하기우다 고이치 관방 부장관은 “한·미의 협력은 지역 안정에도 이바지하는 것으로 사드 배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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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사드 배치 발표] 동북아 안보지형 격랑… ‘한·미·일 vs 北·中·러’ 재연
입력 2016-07-08 18:32 수정 2016-07-08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