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 번역 서비스 베낀 네이버

입력 2016-07-08 18:53 수정 2016-07-08 21:22
플리토(왼쪽)와 네이버 참여번역Q의 서비스 화면. 이정수 플리토 대표는 참여번역Q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흐름이 플리토와 거의 같다며 두 서비스를 비교한 사진을 공개했다. 이 대표 페이스북 계정

네이버가 협력사였던 국내 스타트업과 유사한 서비스를 내놨다가 표절 시비가 일자 급히 서비스를 종료시켰다. 사실상 남의 것을 베낀 것을 시인한 셈이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8일 긴급회의를 열고 “‘플리토’와 지나치게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은 ‘참여번역Q’의 서비스를 7월 중에 종료하기로 했다”면서 “오랫동안 파트너로 함께해 온 플리토 담당자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과거에도 직접 만든 서비스가 스타트업의 서비스와 유사하다는 논란을 수차례 겪은 적이 있으나 대표가 직접 나서서 사과와 해명을 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다음 주로 예정된 라인 상장을 앞두고 부정적 이슈로 논란이 확산되는 게 부담스러워 서둘러 봉합에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12년 창업한 플리토는 네이버와 2014년부터 파트너십 관계에 있다. 플리토는 집단지성을 활용해 이용자 간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번역 의뢰가 들어오면 전문가가 직접 번역하거나 여러 사람이 함께 번역을 해준다. 인공지능으로 자동번역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플리토는 다양한 번역 데이터와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으며, 네이버의 어학사전&전문정보팀에 플리토 코퍼스(말뭉치)를 판매하고 있다.

플리토 이정수 대표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네이버는 ‘자동번역 개발’에 집중하고 사용자가 참여하는 쪽은 진출할 분야가 아니라고 했다”면서 “그런데 참여번역Q를 한 시간 정도 사용해보니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 같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플리토와 흡사한 서비스가 존경받는 굴지의 기업이자 플리토의 파트너사, 그리고 하필이면 플리토와 직접 계약을 맺은 팀에서 나온 서비스라는 게 허탈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네이버는 “3년 전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할 때 관련 업계에 대한 서비스 영향 평가 등 내부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참여번역Q는 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서 “상생의 약속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경제뉴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