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총리 女-女 대결… 변수는 브렉시트 표심

입력 2016-07-08 21:12 수정 2016-07-08 21:39

차기 총리가 될 영국 집권 보수당의 당 대표 본선전에 나갈 2명의 후보가 모두 여성으로 압축됐다. 이로써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이후 26년 만에 여성 총리가 뽑히게 됐다. 두 여성 후보는 특히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놓고 상반된 입장이어서 또 다른 ‘브렉시트 찬반 대리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보수당은 7일(현지시간) 3명의 후보가 참여한 가운데 2차 경선을 벌인 결과 테레사 메이(59) 내무장관이 199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보수당 하원의원 330명 중 329명이 표결에 참여했다. 안드레아 레드섬(53) 에너지부 차관은 84표로 2위였다.

1차 경선 때 3위였던 마이클 고브(48) 법무장관은 이번에도 3위(46표)에 그쳐 탈락했다.

보수당은 12만5000명의 당원이 9월 8일까지 우편투표를 통해 이튿날 차기 총리를 확정한다.

레드섬은 EU 탈퇴를 주도했던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 강하게 지지하면서 부각된 후보다. 당초 고브 장관이 2위를 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존슨 전 시장의 지지에 힘입어 2위를 했고 이제 총리직까지 내다볼 수 있게 됐다.

메이와 레드섬의 본선 대결은 브렉시트 2차 투표나 다름없다. 메이는 국민투표 캠페인 과정에서 EU ‘잔류’ 입장을, 레드섬은 ‘탈퇴’ 입장을 지지했다. 의원단 경선에선 메이가 압도적으로 1위였지만 당원들 사이에선 브렉시트 찬성 여론이 높아 메이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오히려 레드섬이 우위를 점했다는 분석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보수당 당원들의 평균 나이는 68세다. 장년층 이상은 이민자 유입으로 인한 복지혜택 축소를 우려해 대부분 브렉시트 찬성표를 던진 이들이다. 이 표심이 당 대표 선거에서도 나타날 경우 레드섬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당원들에게 인기가 높은 존슨 전 시장이 레드섬의 선거운동을 적극 도울 경우 레드섬은 더욱 탄력받게 된다.

현지에선 의원들에게 외면받았지만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로 당 대표가 된 제1야당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을 빗대 “레드섬이 보수당의 제러미 코빈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경륜 면에서는 메이가 월등히 뛰어나 ‘레드섬 바람’을 잦아들게 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메이는 일찌감치 차기 총리감으로 거론돼왔고 주요 직책인 내무장관을 6년 이상 하면서 국정 운영 감각을 충분히 익혔다. 또 유럽 정계에도 잘 알려져 있어 브렉시트 협상을 원만히 이끌 적임자로 꼽힌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