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상준] 지금 필요한 것은 균형

입력 2016-07-08 19:32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내려오면서 한 말이 오늘의 우리 사회에 무척 필요한 말이라 생각된다. 일생 수많은 위험과 경험을 거친 아이젠하워가 강조한 단어는 ‘균형’이었다. “사적 영역의 경제와 공적 영역의 경제 사이의 균형, 치러야 하는 비용과 그로 인해 거둘 수 있으리라고 희망하는 혜택 사이의 균형, 명백히 필요한 것과 좀 더 마음 편히 원하는 것들 사이의 균형, 우리가 국가에 대해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것들과 국가가 개인에게 부과하는 의무 사이의 균형, 현재 취해야 하는 행동들과 미래의 복지 사이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훌륭한 판단이란 균형과 전진을 함께 추구하는 데서 나옵니다. 이것이 부족할 경우 불균형과 좌절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아이젠하워의 균형이 잡히기까지의 긴 인생을 조명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의 책 ‘인간의 품격’에 소개된 내용이다.

균형이 지금 우리나라에 가장 절실한 덕목이라 확신한다. 균형은 단순한 단어가 아니다. 애지중지하는 내 몸이 균형을 잃으면? 하루에 수십만명 실어나르는 지하철이 균형을 잃는다면? 남북대치 상황도 공포의 균형으로 유지되어 왔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균형을 잃게 되면? 경제불황도 균형을 잃은 결과 아닐까? 더도 말고 세월호가 균형을 잃었을 때 그 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되었는가?

지금 분명 우리 사회는 균형이 깨지고 균열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남 탓, 나라 탓’ 혹은 그 어떤 부류를 탓한다. 불균형의 혜택을 가장 잘 보고 있는 한국 사회의 갑으로 표현되는 계층이다. 이들은 갑이라는 보호막 뒤에 숨어 불법과 편법을 불편해하지 않으며, 때로는 엄살을 떨며 공포의 불균형을 확장시켜 왔다. 이 와중에 이미 기운이 소진된 균형 잃은 날개들이 애처롭게 추락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균형에 대한 대응 방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것도 아니다. 웬만한 데 거의 다 있는 CCTV 혹은 응급심장박동기처럼 준비나 장치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아주 많이 더 자주 쓰러지지 않는 한 우리 사회의 불균형을 모른 척하기로 일제히 작정한 듯하다. 마치 지하철에서 최선의 자기 보호는 아주 열심히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며 뭔가 하고 있는 바쁜 사람이 되는 것처럼. 그렇게 바쁘게 살고 그렇게 스마트한데 왜 나라는 점점 기우는가?

체력이 국력이라는데 진정한 국력은 균형 국력이다. 기울어져 가는 불균형의 미끄럼틀을 자기 혼자 아무리 잘 타며 다른 아이들의 부러움을 받는다고 한들 ‘불균형의 위험한 놀이’는 오래갈 수 없다. 그 미끄럼틀이 있는 운동장 자체가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공멸을 의미한다.

그러기에 아이젠하워의 균형에 대한 조언을 조금만 더 들어보자. ‘쉽고 편하다는 이유로 내일의 소중한 자원을 약탈해서 오늘만을 위해 살려는 충동을 피해 달라. 우리 후손들의 물질적 자산을 저당 잡힐 경우 그들의 정치적 영적 유산을 탕진할 위험이 커진다.’ 말하자면 쉽게 돈 벌고 편하게 살려는 충동부터 버리기 시작하자. 그리고 양심이 회복돼야 한다. ‘양심수’가 많아야 그 사회는 서서히 균형을 찾아갈 수 있다.

최상준(한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