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상황판단·사리분별 못하는 철부지

입력 2016-07-08 19:23

①일 년을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시절로 구분했을 때의 한 시기. 계절. ②한 해 가운데 어떤 일을 하기에 좋은 시기나 때. 절기. 시즌. ③알맞은 시절. 제철. ④사물의 이치를 분별할 수 있는 힘이나 능력. 뭘까요.

‘철’입니다. 쇠도 철(鐵)이고 책이나 서류 따위를 여러 권 또는 여러 장을 한데 꿰매는 것도 철(綴)이지만….

①은 ‘철(계절)이 바뀌다’처럼 말할 때의 의미입니다. ②는 ‘이사철’ ‘모내기철’ 등의 철이고 ③은 ‘철을 맞아 자두가 한창이다’같이 쓸 때의 뜻이지요. 그리고 ④는 ‘철없다’ ‘철들다’처럼 말할 때 쓰입니다.

그럼 ⑴사리를 분별할 만한 힘이 없는 어린아이. 철없는 어린아이. ⑵사리를 분별하는 지각이 없어 보이는 어리석은 사람. 철없어 보이는 덜떨어진 사람. 누구일까요.

‘철부지(-不知)’입니다. ‘철’을 알지 못한다는 의미이겠습니다.

⑴은 ‘보리밥이 싫다며 쌀밥을 내놓으라고 떼쓰는 철부지 동생’같이 쓰는 말이고 ⑵는 ‘그런 사소한 일로 친구와 다투고 헤어지려 하다니 너 철부지구나’처럼 쓰입니다.

철부지가 어디 따로 있나요. 언론도 맘대로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이들, 본분을 잊은 채 아부만이 체질화돼 있어 보이는 일부 정치인들, 멈출 줄 모르는 물욕에 패가망신하는 가진 자들…. 철부지, 부지기수입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suhw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