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스타일이 비슷하다. 마치 스포츠카 같다. 폭발적인 드리블 돌파가 일품이다. 측면 플레이를 즐기며, 골 결정력도 뛰어나다. 프랑스의 ‘희망’ 앙투안 그리즈만(25·아틀레티코 마드리드)과 포르투갈의 ‘핵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레알 마드리드). 둘은 11일 오전 4시(한국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리는 유로 2016 결승전에서 맞붙는다. 양 팀 전술의 핵심인 둘의 발끝에 따라 경기 흐름이 요동칠 전망이다.
프랑스는 8일 마르세유 스타드 벨로드롬에서 열린 독일과의 대회 준결승전에서 2대 0으로 이겼다. 그리즈만은 혼자 2골을 터뜨리며 프랑스 국민들을 열광시켰다. 전반 종료 직전 독일 미드필더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가 코너킥 수비 과정에서 핸드볼 파울을 저지르자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그리즈만은 침착한 왼발 슈팅으로 성공시켰다. 그리즈만은 후반 26분 추가골을 터뜨려 ‘전차군단’을 무너뜨렸다.
영국 축구 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그리즈만에 만점에 가까운 9.8점을 줬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그를 경기 최우수 선수(MOM)로 선정했다.
그리즈만은 경기 후 “아직 끝난 게 아니다. 화려하게 마무리를 장식하기까지 아직 한 경기가 남았다”며 “프랑스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결승전에서 이겨야 할 의무가 있다”고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이어 득점 상황에 대해 “이렇게 큰 경기에서 다시 한 번 페널티킥을 차고 싶었다. 이번에는 매우 침착하게 페널티킥을 찼다. 두 번째 골의 경우 상대 골키퍼가 실수를 하지 않을까 기다리고 있었다. 실제로 골키퍼가 펀칭한 공이 내 발 앞에 떨어졌고,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리즈만은 이번 대회가 낳은 최고의 스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알바니아와의 조별리그에서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려 프랑스의 2대 0 승리를 이끌었다. 아일랜드와의 16강전에선 후반 13분과 16분에 연속골을 넣어 프랑스의 2대 1 역전승의 주역이 됐다. 아이슬란드와의 8강전에서도 골을 넣은 그는 독일과의 4강전에서도 2골을 몰아쳤다. 현재 6골을 기록 중인 그리즈만은 사실상 득점왕을 예약했다. 1988년 대회부터 역대 유로 대회 득점왕은 6골을 넘지 못했다.
호날두도 만만찮은 기량을 뽐내고 있다. 매 경기 상대 수비수들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도 3골, 3도움을 기록 중이다. 특히 전날 열린 웨일스와의 대회 준결승전에서 1골, 1도움을 올리며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공교롭게도 둘은 스페인 마드리드 연고의 팀에서 뛰고 있다. 그리즈만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주포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지난 5월 29일 열린 2015-2016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르는 데 큰 힘을 보탰다. 호날두는 자타가 공인하는 레알 마드리드의 에이스다. ‘리틀 마드리드 더비’가 유로 2016 결승전에서 펼쳐지는 셈이다.
둘은 지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맞붙었다. 당시 둘은 선발로 출전해 연장까지 120분을 모두 소화했다. 그리즈만은 후반 2분 페널티킥을 실축해 우승을 날렸지만 호날두는 승부차기 성공으로 팀에 우승을 안겼다. 연장까지 1대 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이 경기에선 레알 마드리드가 승부차기 끝에 5대 3으로 이겼다.
그리즈만은 이번 결승전에서 챔피언스리그 결승 패배의 설욕과 득점왕, 우승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노리고 있다.
프랑스는 유로 1984와 유로 2000에 이어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하고, 포르투갈은 사상 첫 메이저대회 정복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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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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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7-08 2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