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VS 현실, 건물주 VS 세입자… 갈등의 ‘리쌍 건물’

입력 2016-07-08 04:56
'맘 편히 장사하고픈 상인 모임'의 한 회원이 7일 곱창집 '우장창창'이 있는 건물 앞에서 법원의 퇴거 강제집행에 나섰던 용역들이 물러나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모임 회원들과 주변 상인들은 강제퇴거 시도에 맞서 철거용역 100여명과 4시간가량 대치했다. 곱창집이 들어선 건물의 소유주는 가수 '리쌍'이다. 곽경근 선임기자

“어제 예약전화를 받을 때 그랬어요. 언제 쫓겨날지 모르니 내일 한 번 더 전화를 달라고. 저는 오늘도 장사할 겁니다. 손님 받아야죠.”

7일 오전 6시쯤 검은색 옷을 입은 철거용역 100여명이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의 한 건물 앞으로 몰려들었다. 지상 3층, 지하 1층인 이 건물의 소유주는 가수 ‘리쌍’이다.

용역들은 건물 지하로 진입했다. 일부는 지상주차장 앞에 진을 쳤다. 두 곳은 모두 곱창집 ‘우장창창’의 영업 공간이다. 곱창집 주인 서윤수(39)씨를 비롯해 ‘맘 편히 장사하고픈 상인 모임’(맘상모) 회원 150여명은 용역들을 가로막았다. 맘상모는 임대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건물주에 맞서 상가 세입자들이 결성한 단체다.

누군가 소화기를 뿌렸고, 가게 안은 난장판이 됐다. 4시간가량 이어진 대치가 끝나고 오전 10시20분쯤 용역들이 철수했다. 맘상모 회원들과 주변 상인들은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용역들은 언제든지 다시 강제집행을 시도할 수 있다. 법원은 서씨에게 두 차례나 퇴거명령 계고장을 보냈다. 법원이 정한 퇴거 기한은 5월 30일로 끝났다. 곱창집에선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새 건물주와 기존 세입자의 갈등

리쌍과 서씨의 다툼은 4년 전인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씨는 2010년 11월 건물 1층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리쌍 멤버 길(본명 길성준)과 개리(본명 강희건)는 2012년 9월 건물을 사들였고, 가게를 비워달라고 요구했다.

서씨는 소송을 제기하며 반발했지만 법정다툼 끝에 졌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자 2013년 서씨와 리쌍은 지하 1층과 지상주차장에서 서씨가 영업을 하는 데 합의했다. 합의문에는 ‘임차인이 영업에 맞게 용도변경을 하고자 하면 임대인이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서씨는 리쌍 측에 용도변경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급기야 2014년 1월 주차장 용도변경 소송을 냈다. 리쌍 측은 서씨가 주차장에 천막을 치는 불법을 저질렀다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하며 반소(反訴)했다.

1심 재판부는 양측의 소를 기각했지만 항소심 도중 서씨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서 상황이 변했다. 법원은 서씨가 임대계약 종료 6개월에서 1개월 사이에 계약 갱신 요구를 하지 않았다며 퇴거하라고 판결했다.

“다같이 살면 안 되나요”

서씨는 “먹고살자고 하는 건데, 다같이 살면 안 되는 건지 리쌍에게 묻고 싶다”고 했다. ‘우장창창’은 맘상모 결성의 ‘불씨’였다. 그동안 두 차례에 걸쳐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는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곱창집은 다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제2, 제3의 ‘우장창창’은 곳곳에 있다. ‘뜨는’ 동네일수록 세입자들이 쫓겨날 위험은 커진다. 서울의 경우 환산보증금 4억원 이하면 최대 5년 동안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다. 5년 안에 건물주가 바뀌어도 계약을 유지할 수 있는 보호 장치다. 그런데 서씨 가게는 환산보증금 기준을 넘는다. 가로수길이라는 뜨는 동네에 있다 보니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이다. ‘법의 우산’ 밖으로 내몰린 상인들은 강제집행에 맞서 가게 안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사회뉴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