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세포·기계 결합… 터미네이터 같은 ‘바이오 로봇’ 첫 개발

입력 2016-07-08 04:21

한국과 미국 공동 연구진이 인간의 세포 조직과 기계가 결합된 ‘바이오 하이브리드 로봇’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서강대 화공생명공학부 최정우 교수와 하버드대 질병바이오물리과 케빈 키트 파커 교수, 박성진 박사후 연구원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생체조직과 무기물 골격체를 결합한 가오리 형태의 ‘바이오 하이브리드 로봇’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학술지 ‘사이언스’ 8일자 표지 논문으로 발표됐다.

이 로봇은 살아있는 세포나 조직으로 이뤄진 부분, 무기물로 구성된 기계 부분이 합쳐진 로봇이다. 이번 연구에는 인간을 포함한 동물·물고기·곤충 등의 기본 구조나 움직임을 모사(模寫)해 로봇을 만드는 ‘생체모방 기술’이 활용됐다. 이 기술이 발전하면 영화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T800’처럼 금속 뼈대 위에 인공 피부가 덮인 로봇도 꿈만은 아니게 된다. 향후 인간의 세포 조직과 기계가 결합된 로봇이 질병 진단용 바이오센서 등에 활용될 가능성도 크다.

공동 연구진이 개발한 바이오 하이브리드 로봇은 전기 없이 생체근육으로 움직이는 로봇이다. 가오리의 헤엄치는 모습을 모방해 만든 로봇은 물속에서 빛의 자극에 따라 유영할 수 있다. 연구팀은 탄성이 뛰어난 생체 친화적 물질(PDMS·고분자 탄성중합체)과 쥐의 심근세포를 이용해 가오리 생체 구조와 비슷한 바이오 로봇을 제작했다. 연구팀은 “고분자 물질로 구성된 몸체에 금을 입혀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쥐의 심근세포를 배양해 바이오 로봇의 근육 조직을 만들었다”면서 “로봇 가오리에 배양된 근육 구조는 실제 가오리의 것과 일치함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로봇의 근육세포에 유전자 조작을 가해 두 날개가 바깥의 빛 자극에 따라 순차적으로 수축 및 이완 운동을 하도록 만들었다. 연구팀은 “실제 가오리와 유사하게 초당 최대 2.5㎜ 속도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다”며 “두 날개에 가하는 빛 자극의 빈도를 조절하면 각 날개의 수축·이완 운동을 개별 조절할 수 있어 이동뿐 아니라 방향 전환도 가능했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한 최 교수는 가오리 로봇의 부력을 조절하는 부분을 제작해 로봇이 앞쪽으로 수영할 수 있게 했다.

[사회뉴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