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백인 경찰 잇따른 흑인 사살… 항의 시위 재점화

입력 2016-07-08 04:01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전날 발생한 백인 경찰에 의한 흑인 남성 사살 사건에 항의하기 위해 6일(현지시간) 사건이 발생한 배턴루지의 거리에서 흑인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 여성이 ‘쏘지 말라’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격하게 항의하고 있다. AP뉴시스
백인 경찰 2명이 숨진 흑인 남성 앨턴 스털링을 제압하는 장면. AP뉴시스
백인 경찰이 흑인 용의자를 살해한 사건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와 미네소타주에서 잇따라 발생해 미국 전역이 충격에 빠졌다. 두 사건 모두 현장을 담은 동영상이 공개돼 경찰의 과잉진압 상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경찰의 총기 사용범위를 둘러싼 국가적 논쟁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CNN방송은 6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에서 경찰이 운전석에 앉아있던 흑인 남성 필란도 카스틸레(32)를 사살했다고 7일 보도했다. 팔콘 하이츠 지역에서 운전을 하다 경찰에게 정지 명령을 받은 카스틸레가 “무기 허가증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CNN에 따르면 함께 차에 타 있던 래비시 레이놀즈는 “차량의 미등이 부서져 검문을 받던 중 면허증과 차량등록증을 꺼내려 하자 경찰이 총을 쐈다”고 말했다. 특히 카스틸레가 총을 맞은 뒤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페이스북에 공개돼 논란이 커졌다. 레이놀즈가 올린 영상에선 총을 겨눈 백인 경찰이 여러 명 등장한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해당 경찰은 휴가 중”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루이지애나주에서 백인 경찰이 흑인 용의자 앨턴 스털링(37)을 숨지게 한 지 48시간도 되지 않아 발생해 분노가 증폭되고 있다. 지난 5일 오전 12시35분쯤 “CD를 사려는 고객을 흑인 남성이 총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이 스털링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누군가 “총이 있다”고 소리쳤고, 경찰은 곧바로 스털링의 가슴과 등에 수차례 총을 쐈다. 스털링은 현장에서 숨을 거뒀다. CNN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제보 영상에 따르면 경찰관 2명은 스털링이 총기를 소지했는지 확인하지 않았고 가슴에 총을 맞아 피를 흘리는 스털링에게 총을 겨누기도 했다.

두 사건으로 미국 전역에서 인종차별을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5일부터 배턴루지 사건현장 인근에 모인 수백명의 시위대는 ‘흑인의 삶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손을 들었으니 쏘지 마세요(Hands up, don’t shoot)”라고 외쳤다.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피부색 때문에 국가가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믿게 한다면 굉장히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막내딸 버니 킹은 “스털링의 이름과 마지막 숨소리가 경찰시스템을 완전히 바꿔놓기를 바란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법무부는 부랴부랴 스털링 사건에 대해 연방정부 차원의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지만 석연치 않은 점이 또 있다. 두 사건 모두 출동한 경찰이 보디캠을 착용했지만 제압 과정에서 떨어뜨려 현장을 찍지 못했거나 착용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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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