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피·그린파인레이더… 이스라엘, 첨단무기를 창조하다

입력 2016-07-16 04:00
이스라엘 최대 방위사업체인 IAI 군용항공기 부문 아비 블레셔 마케팅 담당 부사장이 지난달 말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IAI 무인기 생산 공장에서 무인기 생산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IAI 제공
전 세계 대부분 지역 사람들이 휴일 단잠을 즐기는 일요일 오전 7시. 이스라엘의 경제1번지 텔아비브 거리는 출근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 유대력에 따라 이스라엘의 한 주간은 일요일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세계 방위산업계에서 작지만 강하고 알찬 업체를 거느린 손꼽히는 방산 강소국이다. 이스라엘의 관문 ‘벤구리온 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불과 10여분 거리에 이스라엘 최대 방위산업체인 IAI(Israel Aerospace Industry) 본사가 자리 잡고 있다.

IAI를 방문하려면 까다로운 출입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스라엘군(IDF)은 물론 전 세계 주요국의 군대가 사용하는 첨단 무기류 생산업체인 만큼 보안검사가 철저하다. 실탄이 장착된 총을 차고 있는 경비원을 지나 1층 건물에서 출입 절차를 밟아야 한다.

IAI의 분위기는 활기찼다. 외관은 화려하지 않지만 내부는 첨단무기 개발에 필요한 장비는 모두 갖추고 있었다. 연구실과 사무실에서는 홀로 또는 3∼4명씩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 중동의 뜨거운 햇살이 내리꽂히고 있는 정원 한쪽에서 열띤 토론도 열렸다.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사장인 엘리아나 피슐러는 “그 누구도 꿈꾸지 못하는 새로운 무기들을 개발하려는 열정으로 가득 찬 엔지니어들이 많아 늘 시끄러울 정도로 활기차다”고 말했다. IAI는 이스라엘에서도 기술특허 수준이 매년 1∼2위를 차지할 만큼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직원 1만6000명 가운데 6000명이 엔지니어다.

1953년 설립된 IAI는 지상과 해상, 항공, 우주, 사이버 영역 등 전 영역에서 첨단무기를 생산하고 있다. 1948년 이스라엘 건립 이후 5년 만에 설립된 이곳은 신생 독립국 이스라엘 공군이 필요로 하는 무기를 공급해 왔다. 이스라엘 공군의 성장과 함께해온 셈이다.

현재 IAI는 아모스 통신위성을 포함한 소형 위성과 지상 요격미사일 애로2와 3체계, 대함 미사일 바락, 해상타격체계 가브리엘을 비롯해 다양한 지상 및 항공레이더 등을 개발해 9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스라엘 방위산업 수출품의 40% 이상이 IAI 제품이다.

우리 군이 북한 방사포와 미사일 발사 탐지용으로 활용하는 그린파인레이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집무실을 정확하게 공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하피, 무인정찰기 헤론이 IAI에서 생산한 것이다.

IAI는 이스라엘 청년들이 선망하는 10대 회사 가운데 한 곳이다. 이 회사가 젊은이들을 흡인하는 매력은 야심 찬 도전과 실패를 허용하는 분위기다. 피슐러 부사장은 “창조와 끊임없는 개혁이 IAI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대부분 이공계 석·박사 학위를 갖고 있으며 상당수는 군에서 집중적인 기술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 ‘탈피오트’라는 우수인재 프로그램을 거친 이들은 군에서 의무복무 후 곧바로 이곳에 취업하거나 첨단·정밀기술 회사에서 근무한 뒤 이곳에 온다. 임직원 가운데는 예비역 군 출신이 상당히 많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마케팅 총괄인 라피 스토프만(50) 국장도 7년간 공군에서 일했다. 그는 “무기 소비자인 군이 어떤 무기를 필요로 하는지 가장 잘 알고 있고 운용상 발생 가능한 문제점도 가장 잘 알고 있다”며 “엔지니어와 군 경험이 풍부한 민간인의 결합이 IAI를 포함한 이스라엘 방산 업체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텔아비브=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