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식이 있느냐 없느냐가 빈부(貧富)를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 부자들의 금융지식 질문지는 미적분 수준의 난이도를 보이는 반면, 일반인 금융이해력 비교 테스트는 구구단 수준이다. 이 구구단 수준마저도 대부업체나 저축은행 이용자는 절반밖에 정답을 알지 못한다. 금융 정보 격차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최근 시장조사 전문기관을 통해 전국 금융자산 5억원 이상 보유자 600명에 대한 조사를 수행한 결과, 이자계산 때 단리와 복리의 차이점을 구분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금융자산 5억∼10억원 보유자의 경우 85.5%, 10억∼50억원 보유자 88.7%, 50억원 이상 보유자 96.9%였다.
100만원을 연 2% 이자로 은행에 넣을 때, 1년 지나 102만원 받는 것은 단리나 복리 모두 동일하다. 하지만 단리는 원금 그대로인 100만원에 대한 이자를 매년 받아 2년 후엔 104만원을 받지만, 복리는 원금과 이자를 합친 것, 즉 102만원을 기준으로 이자를 계산해 104만원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다.
부자들은 이밖에도 다양한 금융 원리를 잘 알고 있었다. 50억원 이상 금융자산 보유자는 최근 1년간 1%대에 머문 예금금리 수준, 대출 조기상환 때 수수료 부담 여부, 소득세 계산 때 소득 구간을 줄여주는 소득공제와 세액 자체를 깎아주는 세액공제의 차이, 성년 자녀에게 5000만원까지 세금 없이 증여가 가능한 점까지 묻는 질문에 90% 넘게 안다고 답했다.
조금 어려워한 질문은 펀드투자 때 판매수수료와 판매보수의 차이점, 주가연계증권(ELS)과 상장지수펀드(ETF)의 구분이었다. 판매수수료는 처음 펀드 가입할 때 내는 것이고 보수는 운용에 따른 성과라며 정기적으로 떼 간다. ELS는 개별 주식의 가격이나 특정 주가지수에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유가증권이다. ETF도 특정 주가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지만, 주식처럼 거래가 가능한 펀드 상품이란 점에서 ELS와 다르다.
반면 제2금융권 고금리를 이용하는 이들은 기초 금융지식을 묻는 질문에도 50점밖에 못 받았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해 10월 국내 1400여명을 대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금융이해력 국제비교 테스트를 실시했다. ①1000만원을 다섯 형제들이 나눌 때 1인이 받는 금액은 ②물가상승률 3%일 때 1년 후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은 지금보다 더 많은가 ③어제 친구에게 250만원 빌려주고, 오늘 250만원 돌려받았다면 받은 이자는 ④100만원을 연이율 2%의 저축성 예금에 저축하면 1년 후에는 얼마가 남아 있나 ⑤예금계좌에 100만원을 연 2% 복리이자로 5년 동안 입금해 두면 110만원을 초과하는가 등이다.
금융기관 이용자별로 분류하니 대부업체와 저축은행 이용자는 5개 중 각각 2.6개 2.4개밖에 맞히지 못했다. 금융지식이 없을수록 연체가 많고 빚에 시달리는 게 확인됐다. 김자봉 연구위원은 7일 “눈물날 만한 결과였다”며 “미국처럼 대통령 중심의 금융교육위원회 설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답은 ‘①200만원 ②더 적다 ③0 ④102만원 ⑤초과한다’다.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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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당신은 ELS·ETF 구분할 수 있나요
입력 2016-07-08 0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