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주최 ‘미술품 유통 투명화·활성화 위한 세미나’

입력 2016-07-07 21:16

법정으로 달려간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진위 문제, 생존 작가 이우환과 경찰이 정면충돌한 위작 유통 문제 등으로 미술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선진국의 미술품 유통 및 감정 시스템은 어떨까.

7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국내 미술시장에서는 전문적인 감정 시스템의 부재가 이런 진위 논란의 근저에 깔려있다는 비판론이 거센 만큼 감정 시스템은 큰 관심사였다.

발제자로 나선 장 미셸 르나드 프랑스전문감정가협회(CNES) 부회장은 “프랑스에서는 미술품 감정가에 대한 국가 주관 시험은 없다. 국가가 감정사 학위를 제공하지 않는다”며 “시장에서 5∼10년의 경험을 갖고 있으면 스스로 감정가로 활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책임은 엄격히 물어 잘못 감정했을 경우 징계를 받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전문가 감정을 거쳐 로댕의 브론즈 조각이 진품으로 판정받아 300만 유로에 팔린 적이 있다. 4년 후 이 작품이 로댕 사후 제작된 것이라며 위작 주장이 제기됐다. 논란 끝에 문제의 작품은 로댕이 생전에 다른 스타일로 제작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법정은 처음 이 작품을 진품이라고 판정한 감정가가 이런 스타일의 차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했다며 그 감정가에게도 책임을 물었다.

르나드 부회장은 화랑과 경매사 등 판매자의 책임이 강조되는 문화를 전했다. 그는 “화랑과 경매사는 작품의 진위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작품을 판매할 때 감정서와 보증서를 제시하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다”고 강조했다.

린다 셀빈 미국감정가협회(AAA) 회장은 “한국에서는 감정가의 역할에 진위 판정도 포함하는 걸 보고 놀랐다”면서 “미국에서는 진위 판정과 가치 판정의 업무가 각각 진위감정사와 감정평가사로 구분되어 있다”고 말했다. 또 AAA에서는 진위 판정 업무는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1949년 설립된 AAA는 750명 회원 감정사들이 부동산, 가죽, 기계, 순수미술과 장식미술 등 100개 이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면허가 요구되는 것은 부동산 분야뿐이다.

미국에서도 20세기 초부터 감정사가 존재했지만, 1980년대 초 저축은행 대부 위기를 계기로 감정시스템이 크게 개선됐다고 전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