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치킨집 등 음식점의 주류 배달을 허용키로 했다.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등 소매점에서 대면판매 후 주류 배달도 가능해진다. 정부는 국민 불편 해소 차원이라고 하지만 음주로 인한 막대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감안할 때 부적절한 규제완화라는 지적이다. 또 ‘세금 폭탄’으로 담배를 규제하는 것과 비교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국세청은 7일 주류 관련 고시와 규정 중 변화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국민 불편을 초래하고 있는 규정을 과감히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우선 음식업소 내에서만 주류 판매가 가능한 현행 규정을 고쳐 업소 밖으로 반출이 가능토록 할 예정이다. 치킨집이나 중국음식점에서 음식 배달을 시킬 때 주류를 함께 배달하는 것이 불법이었지만 앞으로는 가능해지는 것이다.
슈퍼마켓과 대형마트 등 주류 소매점에 가서 직접 주류를 산 뒤 이를 배달하는 것도 허용된다. 지금까지는 주류는 면허받은 장소에서만 판매하도록 돼 있었다. 이와 함께 1인 하루 100병 이하였던 전통주 통신판매 수량 제한을 없애고 전통주 통신판매가 허용되는 인터넷 쇼핑몰을 확대키로 했다.
국세청의 주류 관련 규제완화는 관련 산업 발전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악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지난 1월 발표한 ‘주요 건강위험 요인의 사회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음주와 흡연, 비만의 사회경제적 비용 중 음주가 가장 컸다. 의료비와 생산성 손실액 등 음주의 사회적 비용은 연 9조4000억원으로 흡연(7조1000억원)보다 많았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음주로 인한 각종 범죄 발생을 따져보면 음주의 폐해는 더 커진다. 그러나 정부는 담뱃값 인상, 담뱃갑 경고그림 삽입 등 담배 규제는 강화하면서 주류 규제는 갈수록 완화해주고 있다. 이런 정부 행태는 엄격한 주류 관리를 하는 선진국과 비교된다. 미국은 식당에서 술을 반출할 수 없으며 야외 음주 시 처벌한다.
주류 판매 연령 제한도 만 19세로 미국(만 21세) 일본(만 20세)보다 우리가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음주정책 통합지표 분석 결과 우리나라는 전체 중 15위로 하위권은 아니었지만 주류 유통 정책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가 주류 배달 허용 등 유통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국세청은 조만간 행정예고를 통해 관련 고시·규정 개정안을 만들어 이달 말부터 완화 방안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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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생각해봅시다] ‘술 권하는’ 사회, 가정 배달 허용
입력 2016-07-07 18:10 수정 2016-07-07 2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