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립티 대표 최정의팔 목사 “커피나무 심어 네팔 가난한 이들 도와요”

입력 2016-07-07 20:47 수정 2016-07-07 21:30
서울 마포구 백범로 트립티 신촌점에서 최정의팔 목사(오른쪽 세 번째)가 직원들과 환한 미소를 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지난달 23일 네팔 바글룽주 버쿤데 마을에서 최 목사(왼쪽 세 번째)가 지역 주민에게 커피 묘목을 전달하는 장면. 트립티 제공
지난달 23일 네팔 바글룽주 버쿤데 마을. 사회적기업 ‘트립티’ 대표 최정의팔(69) 목사가 커피묘목을 심기 위해 첫 삽을 뜨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30여명의 주민들과 트립티 관계자들은 이날 부슬비를 맞으며 함께 2500그루의 묘목을 심었다. 커피나무는 산사태 방지와 빈곤층의 자립에 큰 도움이 된다.

최 목사는 지난해 11월 바글룽주 홀리차일드스쿨 케이비 샤히(49) 교장으로부터 학부모들이 등록금을 못내 학교 운영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커피묘목 2000그루를 심어주겠다고 약속했다. 1996년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를 설립해 외국인노동자를 섬겨온 최 목사는 샤히 교장이 한국에서 노동자로 일하던 98년 알게 됐다.

인도에서 법학을 공부하다 예수님을 알게 된 샤히 교장은 가난한 고향의 발전을 위해 홀리차일드스쿨을 세웠다. 한국에 일하러 온 것도 지역사회를 섬기기 위한 결정이었다. 2년 동안 한국에서 번 돈은 고향의 지역주민센터를 건축하는 데 고스란히 사용됐다. 센터 건물 4층에는 예배당을 만들어 매주 예배도 드리고 있다. 샤히 교장의 바람은 가난한 고향이 복음으로 변화되고 잘 사는 지역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민들을 설득, 500여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한 ‘네팔 컨선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커피 묘목에 잘 생기는 병충해를 예방하고 커피 묘목을 잘 키우는 방법도 공부했다. 연내에 트립티 카페도 열 계획이다.

샤히 교장과 트립티의 만남은 이주노동자 사역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일하다 귀국한 이들과 국내 사역단체가 힘을 합쳐 지역의 빈곤 탈출을 돕는 것이다.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백범로 트립티 신촌점에서 만난 최 목사는 “본국에 일자리가 없으면 이주민들은 평생 돌아다녀야 한다”며 “이주노동자는 배우자와 장기간 함께 지내지 못해 이혼하고 자녀들도 방치되는 등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한다. 트립티는 이런 이주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최 목사는 지난 1월까지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 이주민들과 동고동락했다. 아내 한국염 목사도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로 이주민 사역을 하고 있다.

“이주민 사역은 열매가 바로 보이지 않고 끝없이 퍼주는 일입니다. 쉽지는 않지만 나그네를 사랑하는 사역은 크리스천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해요. 그렇다고 저는 이 일을 고난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보람 있는 일이거든요.”

최 목사는 한국에서 일하다 장애인이 된 이주민의 자립 방법을 모색하다 커피 사업에 주목했다. 최 목사가 2009년 설립한 공정무역사업단 트립티는 2014년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트립티는 네팔 출신의 장애인들이 지어준 이름이다.

트립티는 카페 운영뿐 아니라 바리스타 교육, 공정여행 상품 판매, 청소년 직업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사업 대상도 이주민을 넘어 탈북민과 장애인 등 취업취약계층들로 확대됐다. 최 목사는 서울과 전남 여수 등 국내뿐만 아니라 태국 베트남 네팔 등 해외에서도 트립티 설립을 지원했다.

트립티 사업을 할 때는 개인보다 공동체에 초점을 맞춘다. 최 목사는 “개인이 잘 살게 하는 것보다 살기 좋은 공동체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지역에서 공동체를 만들고 바리스타 교육을 받는 등의 절차가 이뤄지면 트립티 관련 사업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절망에 빠져있던 이주민들이 새 삶을 시작하고 기쁨을 되찾은 걸 지켜볼 때가 가장 기쁘다. 그는 암에 걸렸던 미얀마 아웅나윙 윈씨가 치료받고 귀국해 결혼한 뒤 건강한 자녀를 낳았다는 소식에 감사 기도를 드렸다. 최근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네팔인들이 동영상으로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줬을 때도 진한 감동을 받았다. 최 목사는 중국 단둥, 라오스, 몽골, 인도, 캄보디아 등 여러 지역 선교사들로부터 트립티를 세워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자립하도록 지원하는 운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세요.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세우도록 하는 일이거든요. 아시아뿐 아니라 아프리카에도 트립티를 만들고 싶어요.”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