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트로, 퇴직자에 상가 헐값 임대… 122억 손해”

입력 2016-07-07 18:15 수정 2016-07-07 21:28
서울메트로가 퇴직자들에게 지하철역사 내 상가를 싼값에 임대해 122억원의 손실을 입은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서울메트로 관계자 4∼5명을 배임 혐의로 입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서울메트로가 구조조정으로 퇴직한 직원들에게 상가를 특혜 임대해 122억원의 손실을 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 5월 발생한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이후 서울메트로의 입찰 비리 등 메피아(서울메트로+마피아) 관련 사건을 수사해 왔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메트로는 2002년 4월 직원 479명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역사 내 유휴부지 120곳을 상가로 조성해 희망퇴직자에게 임대해주기로 결정했다. 희망퇴직자 43명이 상가를 임차했다.

일반인이 상가를 임차할 때는 감정평가액을 바탕으로 최고가 입찰 방식으로 계약과 임대료가 결정됐다. 하지만 퇴직자는 감정평가액에 따라서 임대료가 결정됐고, 계약도 추첨으로 정했다. 그 결과 퇴직자들은 일반 상가의 30% 수준의 임대료만 내게 됐다. 2014년 2호선 낙성대역 상가를 임차한 퇴직자는 월 50만원의 임대료만 부담했다. 주변 상가 평균 임대료(576만원)의 10%에도 미치지 못한 금액이다. 일반 임차인은 5년 계약에 임차권 양도가 불가능하지만 서울메트로 퇴직자들은 15년 장기 임대에 임차권 양도도 가능한 특혜를 받았다. 경찰은 임대료 특혜를 통해 서울메트로가 122억원가량의 손해를 봤으며, 특혜 임대된 상가의 접근성 등을 고려하면 피해금액은 더 클 수 있다고 추정했다.

경찰은 서울메트로가 퇴직자 상가 재계약 과정에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잘못 적용해 21억원의 손실을 낸 사실도 확인했다. 임대료 인상률을 9% 이하로 제한하는 이 법은 2002년 11월 1일 이후 맺은 계약에만 적용되지만, 서울메트로는 이보다 앞선 같은 해 4월 맺은 퇴직자들과의 계약에서 9%의 인상률을 적용했다. 또한 서울메트로는 2012년 퇴직자들과의 임대료 재계약 당시 ‘퇴직자들의 임대료를 48% 인상하는 게 맞다’는 한국감정원의 감정을 무시하고 9%만 인상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서울메트로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임대료 소액 책정 등 각종 특혜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이사회 의장(박종옥 당시 사장)이 강력하게 주장해 안건이 통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2002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정원을 줄여나가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혜택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사회뉴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