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오바마, 김정은 망신주기… “타협없다” 메시지

입력 2016-07-08 04:02
김정은

미국이 지난 6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인권 범죄자’로 지목하면서 북한과 대화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핵·미사일 개발과 인권탄압 등 북한 문제 전반을 해결하지 않으면 북·미 평화협정 체결 등 북한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겠다는 얘기다. 북한은 ‘최고존엄 모독’이라며 격렬히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이번 조치로 북한이 경제적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대체적이다. 김 위원장을 포함해 개인 15명과 기관 8곳에 미국 내 자금 동결, 금융거래 중단, 미국 입국금지 등의 조치가 취해지지만 상징적 의미만 있을 뿐이다. 북·미 관계는 이미 끊긴 지 오래며 김 위원장 등 인권침해 혐의자들이 미국을 방문할 가능성도 전혀 없다.

하지만 상징적 의미로도 효과는 충분하다는 게 한·미 양국의 공통된 판단이다. 북한은 그동안 국제사회의 인권 개선 요구에 격렬한 반감을 드러내 왔다. 게다가 제재 리스트에 김 위원장의 이름과 직함(노동당 위원장), 생년월일(1984년 1월 8일)까지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어 북한 당국 입장에선 상당한 모욕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7일 “전반적으로 ‘네이밍 앤드 셰이밍(naming and shaming·이름을 직접 거론해 망신주기) 차원”이라면서 “북한 인권 개선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인권침해 저지를 위해 잠재력 있는 사람을 명시해 이들을 억제하는 실질적 효과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 인권에 대한 미국의 단호한 결의를 보여준다. 국제사회의 구체적 조치를 이끄는 데도 실질적 유효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7차 노동당 대회 이후 대남·대미 대화 공세에 열을 올리던 북한 입장에선 찬물을 맞은 꼴이 됐다. 국무위원회와 외무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각종 기관을 내세워 남한과 미국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메시지를 쏟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또는 사거리 1만㎞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실시해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과시할 수도 있다.

외교적으론 중국과 더욱 밀착하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지난 5월 당 대회 직후 이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을 중국에 보내 북·중 관계 개선의 물꼬를 열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 위원장의 ‘국무위원회 위원장’ 추대를 축하하는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특히 오는 12일(현지시간)엔 남중국해 분쟁 관련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이 예정돼 있어 미·중 관계가 더욱 악화될 조짐이다.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을 움직여 대중(對中) 포위망을 완성하려는 미국에 맞서 중국은 과거 ‘혈맹’이었던 북한을 끌어안는 식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중 갈등 사이에서 북한의 외교적 입지만 넓혀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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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