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7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 선발로 나왔다. 그것도 팀의 중심인 4번 타자로 나왔다. 구단과 팬들이 변함없이 그에게 신뢰를 보여준다는 반증이다.
강정호도 흔들리지 않았다. 결승타를 포함해 4타수 1안타 2타점, 1볼넷, 2득점을 기록했다. 첫 타석은 긴장한 탓인지 삼진으로 물러났다.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가만히 있지 않았다. 2-5로 뒤진 6회 무사 1루에선 볼넷을 얻어 득점까지 올렸다. 특히 강정호는 4-5로 뒤진 7회 1사 1, 3루에서 결승 2타점 2루타를 때렸다. 상대의 중계 플레이 때 행운으로 3루까지 진루하자 오른 검지 손가락으로 더그아웃을 가리키는 세리머니까지 했다. 상대 실책으로 홈을 밟은 뒤에는 동료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전날 대타로 나와 안타를 때려낸 데 이어 이날 3경기 만에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는 팀의 7연승을 견인하는 결승타를 날렸다.
강정호를 둘러싼 현지 분위기도 특별한 게 없었다. 상대편인 세인트루이스팬들도 그에게 특별한 야유를 하지 않았다. 현지 중계진도 성폭행 논란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었다.
사실 강정호에게 경기 출장은 상당한 부담감이었을 터였다. 전날 성폭행 의혹 사건이 현지 언론을 통해 나왔고,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강정호는 지난달 18일 데이트 앱을 통해 만난 여성 A(23)씨를 시카고의 한 호텔로 불러 술을 먹이고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구단과 현지 언론, 팬들은 그에게 호의적이다. 지난해 빅리그에 데뷔한 후 특유의 성실한 플레이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기에 성폭행 의혹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고 있다.
피츠버그의 많은 팬들은 강정호의 정상 출전을 바라고 있다. 피츠버그 지역매체 WTAE 피츠버그가 ‘강정호가 성폭행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경기에 출전하는 게 옳은가’라는 온라인 설문 조사를 한 결과 73%가 ‘경기에 출전해도 된다’고 답했다.
지역 매체들도 일제히 “강정호가 기소되기 전까지 처벌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피츠버그 지역지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는 이날 “강정호는 혐의가 입증되기 전까지 처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구단은 그를 이전과 다름없이 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조사를 받는 것과 죄가 입증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사건에 대해 성급하게 판단하는 건 공정치 못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아직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고 진실을 모르기 때문에 시카고 경찰이 강정호의 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를 공개하기 전까지 섣부른 추측을 내놓으면 안 된다”며 “죄가 입증된다면 그때 징계를 내려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처벌 가능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국 형법상 성폭행 혐의로 신고한 여성이 고소를 취하해도 경찰은 수사를 계속 진행할 수 있고, 이를 근거로 검찰이 기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카고 경찰은 “이 사건을 매우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강정호와 그의 에이전트인 앨런 네로는 사건 관련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태다.
한편 다른 코리안 빅리거들은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이어갔다.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은 이날 강정호와 맞대결을 펼쳐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시키는 등 1이닝 동안 총 11개의 공을 던지며 1탈삼진 무실점 퍼펙트 투구를 선보였다.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는 시즌 12호 홈런포를 가동했다. 이대호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원정 경기에 6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해 솔로 홈런 포함 5타수 1안타 1타점 1삼진을 기록했다. 지난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 시즌 11번째 홈런포를 때려낸 뒤 닷새 만에 홈런포를 재가동했다. 1일 볼티모어전 이후 6경기 연속 안타 행진도 이어갔다.
LA 다저스와의 원정 경기에 2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던 김현수(28·볼티모어)는 시즌 14번째 멀티히트 활약과 함께 4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강정호의 동갑내기 류현진(다저스)은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홈 경기에 출격한다. 2014년 10월 7일 세인트루이스전 이후 무려 640일 만의 선발등판이다. 상대는 좌완 드루 포머랜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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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스캔들에도… 피츠버그 “믿는다 강정호”
입력 2016-07-08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