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롯데그룹 오너 일가 중 처음으로 구속됐다. 신 이사장은 롯데면세점 입점 편의 대가로 업체들로부터 30억원대의 뒷돈을 받고,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회사에서 임직원 급여 명목으로 40억여원을 빼낸 혐의로 7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앞서 영장실질심사를 벌인 법원은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구속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74세의 신 이사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맏딸로 신동빈 회장의 이복누나다. 신 총괄회장과 첫째 부인 사이에서 태어나 1973년 호텔롯데 이사를 시작으로 경영 일선에 나서서 롯데쇼핑 사장까지 지냈다. 롯데의 유통사업을 이끌었기 때문에 ‘유통가의 대모’로도 불린다. 2012년 롯데장학재단을 맡으며 사실상 그룹 경영에서 손을 뗐지만 지금도 호텔롯데 롯데쇼핑 대홍기획 등 계열사 10곳의 등기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그룹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그가 한순간에 영어의 몸이 된 것은 롯데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및 폐쇄적인 경영행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신 총괄회장의 ‘황제경영’을 보고 자란 데다 내외부의 감시도 없었기에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특혜를 누리는 데 무덤덤했을 것이다. 이게 족벌 경영의 폐해다. 롯데는 지난 1년간 계열사를 이용한 순환출자 고리를 줄였다고 하지만 아직도 국내 대기업집단 중 가장 많아(67개) 복잡한 지배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니 부패가 독버섯처럼 자라는 것이다.
신 이사장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그를 상대로 개인 비리 외에 그룹 전반의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파헤칠 것이다. 신 이사장이 그룹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최종 타깃은 신동빈 회장일 게다. 이 모든 것의 서막은 신동주 신동빈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라는 막장 드라마다. 국민을 우습게 본 결과가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롯데는 이제라도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당초 약속한 대로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진력해야 할 것이다.
[사설] 롯데家에서 처음 구속된 맏딸… 그룹 폐쇄성 돌아봐야
입력 2016-07-07 1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