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국회의원 보좌관, 밤엔 브로커

입력 2016-07-08 04:00

부동산업자에게 거액을 받고 ‘브로커’ 노릇을 한 전직 국회의원 보좌관이 구속됐다. 그는 업자와 그의 가족이 공공기관에서 특혜를 얻도록 힘써주고 현금과 술 접대를 받았다. 자신이 도와준 업체 명의의 신용카드를 받아 1000만원 넘게 쓰기도 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아파트 공매 과정에서 특혜를 받도록 힘써주는 대가로 500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알선수뢰 등)로 19대 국민의당 국회의원 보좌관 도모(43)씨를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은 도씨에게 청탁과 함께 금품·향응을 제공한 혐의(뇌물공여 혐의)로 부동산 분양업체 대표 신모(45)씨도 구속했다. 도씨와 함께 접대를 받고 신씨를 도운 예금보험공사(예보) 팀장급 간부 정모(45)씨와 신씨 회사 직원 2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도씨는 2012년 11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서울 강남과 여의도 소재 유흥주점에서 신씨에게 34차례 2700만원 상당의 접대를 받고 현금 1500만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일부 접대 자리에 정씨가 함께했다. 두 사람은 각각 다른 국회의원 보좌관과 동료 직원을 부르기도 했다.

신씨는 그해 3월 서울 광진구 미분양 아파트 16가구(시가 190억원 상당)의 분양권을 따내려고 도씨를 통해 정씨를 소개받았다. 해당 아파트는 원래 신씨가 분양을 맡았지만 분양대행업체와 저축은행이 잇달아 파산하면서 예보가 주관하는 공매에 올라 있었다.

신씨는 정씨 주선으로 예보 파산관재인 등을 만나 공매가 유찰(경매 실패)되면 특정 상대와 체결하는 수의계약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의 제안서를 작성했다. 가격이 떨어질 만큼 떨어졌을 때 자신이 사게 해달라는 의미였다.

아파트는 수차례 유찰돼 공매가격이 당초 140억원에서 113억원까지 떨어졌지만 수의계약은 이뤄지지 못했다. 정작 신씨가 계약금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도씨는 2013년 4월 신씨의 사촌 누나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업체가 소상공인진흥원(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주관 ‘브랜드·디자인 R&D 지원사업’에 선정되게 해준 혐의도 받고 있다. 진흥원을 감독하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의원 보좌관을 통해 힘을 썼다. 그러고는 해당 업체의 법인카드를 받아 약 1230만원을 사용했다.

첩보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신씨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금품·향응 제공 내용이 적힌 기록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모두 범행 사실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신씨가 국회의원이나 다른 보좌관을 상대로도 로비를 벌였는지 조사 중이다.

[사회뉴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