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올 시즌 가장 안정적인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더스틴 니퍼트(미국) 장원준 마이클 보우덴(미국) 유희관 허준혁 순으로 구성한 5명의 선발 로테이션은 매우 안정적이다. 등판 순서에서 마지막인 허준혁을 제외하고 나머지 4명의 선발투수는 모두 다승 5위권에 진입했다. 안규영 진야곱 등 이들의 공백을 대체할 선발자원도 많다.
팀 타율·안타·타점 1위, 팀 홈런 2위를 달리고 있는 타선은 올 시즌 10개 구단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방망이로 손꼽힌다. 마운드부터 타선까지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가장 먼저 50승 고지를 밟았고 승률 7할에 바짝 다가섰다. 두산은 2위 NC 다이노스를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고공행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잘 나가는’ 두산에도 큰 고민거리가 있다. 바로 불펜이다. 선발진의 호투와 타선의 맹타를 지원해야 할 불펜에서 김태형 감독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등판일정을 안정적으로 잡고 대체자원까지 가동할 수 있는 선발진과 다르게 불펜진은 사실상 정재훈과 이현승, 이 두 명만이 제 몫을 할 뿐이다. ‘필승조’로 불리는 베테랑들이지만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정재훈은 39경기에서 48⅔이닝, 이현승은 34경기에서 35⅓이닝을 각각 소화했다.
김 감독은 “정재훈의 등판 간격은 지금까지 정상적이다. 필요할 때 등판하고 있다. 하루 투구 수가 20개 미만이면 연속으로 등판해도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즌 중반으로 갈수록 커지는 체력소모를 감안하면 지금의 불펜 운영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급기야 ‘사고’도 터졌다. 정재훈은 지난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5대 6 역전패를 허용했다. 4-3으로 겨우 앞선 7회초 2사 1, 2루에서 니퍼트, 진야곱에 이어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를 넘겨받은 정재훈은 첫 타자 고종욱에게 1타점 중전 적시타를 맞았다. 이현승은 7일 넥센에 4대 1로 승리한 경기에서 마지막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정재훈의 패전을 설욕했다.
불펜의 진가는 시즌 후반으로 가면서 나타난다. 타선의 집중력이 떨어져 득점이 줄어들고, 선발이 체력적 한계에 도달해 투구 수가 감소할 때 짐을 더는 전력은 불펜이다. 지금의 1위를 마지막까지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재훈, 이현승에게 쏠린 불펜 운영에 변화가 필요하다.
다행히 변화의 여지가 남았다. 시속 150㎞대 강속구를 뿌리는 김강률이 2군에서 몸 상태를 끌어올려 1군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시즌 필승조 중 하나였던 함덕주, 우완 사이드암 오현택도 후반기 복귀가 가능한 상태다. 이들이 성공적으로 복귀하면 두산의 투타조화는 더 짜임새를 갖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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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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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7-07 19:40 수정 2016-07-08 0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