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받는 이들에게 손길… 하나님이 계획하신 능력에 웃음꽃 활짝 피었습니다

입력 2016-07-08 20:46
이름에 담긴 뜻대로 ‘주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는 김주영 집사(34·성남중앙병원 가정의학과)가 정성을 다해 푸타오 어린이의 발에 난 상처를 치료하고 있다. 그는 “치료라는 행위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 이 땅을 사랑하는 마음을 품는 것”이라며 “미얀마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부어달라고 기도한다”고 말했다.
진료를 알리는 종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이건종 장로(왼쪽)와 동역자인 강종명 장로, 진료를 받기 위해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주민들, 미용봉사팀의 바쁜 손길(위쪽부터).
“미얀마 산골 풀들이 나를 반기네요. 이 먼 길을 잊지 않고 또 왔냐고…. 그럼 나는 낮은 목소리로 푸타오 민초들을 위한 복음성가를 부르지요.”

인천공항에서 홍콩을 거쳐 미얀마 양곤, 다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5시간을 더 가면 미얀마 최북단 산골 푸타오(Putao) 마을이 보인다. 한국에서부터 24시간이 걸린 긴 여정이었지만 이건종(66·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의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전혀 없다. 오히려 푸타오의 바람, 초록의 풀들과 나무에 반가운 인사를 먼저 건넸다. 이 장로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선한목자교회 의료미용봉사팀과 의료선교단체 ‘괜찮은 사람들’ 멤버 등 29명의 봉사대원과 함께 푸타오에 도착했다. 지난달 27일이었다.

이들은 잠시 쉴 틈도 없이 진료 준비에 나섰다. 임시방편으로 푸타오 임마누엘 교회 내부 창고나 다름없는 한 공간을 깨끗하게 치우고 진료 테이블을 설치했다. 그 위에 의료 장비를 풀어 놓았다. 수많은 종류의 약에서부터 안경까지. 내과 외과 치과 등 파트별로 공간을 구분하고 환자 받을 준비를 마쳤다. 마을 주민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첫날부터 진료는 시작됐고 하루 평균 300여명의 주민이 몰려들었다. 의료진과 봉사자들은 한 명의 환자라도 더 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임시 교회 병원에 하루 300여명 운집

의료선교팀 최고 연장자인 강종명(69·한양대병원 신장내과 진료명예교수) 장로의 손놀림이 바빴다. 올해로 해외 의료선교를 시작한 지 20년 됐다. “이 장로와는 환자, 주치의로 만났는데 그가 해외봉사만 다녀오면 혈색이 좋고 건강해 보이더라고요. 신장이식 수술을 받는 등 큰 수술을 했는데도 말이죠. 알고 보니 동남아시아 일대로 봉사활동을 다니고 있더라고요. 저도 한번 따라나서 본 건데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강 장로의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이 장로는 “96년 미얀마에 강 장로와 처음 함께 왔었다”며 “그때는 지금보다 더 열악한 환경이었는데 한국에서 대학병원의 훌륭한 의사가 왔다고 하자 오지 마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주민들에게 강 장로의 의술은 너무 필요한 상황이었다. 또 강 장로의 의술이 마을에 복음을 전하는 데 정말 귀한 도구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강 장로가 계속 해외 의료선교를 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어요. 그렇지만 강요할 수는 없잖아요. 기도했습니다. 그러다 비행기 안에서 강 장로에게 ‘미얀마 사람들이 부르네∼’라고 하니까 처음엔 거부하더라고요.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서 며칠 뒤에 계속하겠다고 해서 너무 기뻤습니다.”

강 장로는 한국에 돌아와 기도 중에 하나님이 자신을 의사로 쓰신 이유가 무의촌에 가까운 해외 오지의 환자들을 돌보게 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사도 바울의 메시지가 가슴을 파고들었다. “내가 복음을 전할지라도 자랑할 것이 없음은 내가 부득불 할 일임이라 만일 복음을 전하지 아니하면 내게 화가 있을 것이로다. 내가 내 자의로 이것을 행하면 상을 얻으려니와 내가 자의로 아니한다 할지라도 나는 사명을 받았노라.”(고전 9:16∼17) 말씀 앞에 순종한 강 장로는 진료가방을 들고 이 장로와 함께 미얀마를 비롯해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곳곳을 누볐다.

진료실에서 두 살배기 아이의 비명

봉사 이틀째 진료실에서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여자아이의 울음소리였다. 두 살배기 미미아웅이다. 아이의 머리 곳곳에는 고름이 있었다. 상처가 곪았고 그게 번진 것이었다. 고름을 짜내고 소독을 해야 했다.

고통스러운 비명이 계속됐다. 아이의 몸부림이 얼마나 셌던지 남자 의사의 머리에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이 아이는 3일 동안 치료를 받았다. 어머니 산타웅티(28)는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며 “아이가 아파서 울 때 마음이 많이 아팠다. 치료를 받고 집에 돌아가서는 아이가 편안하게 자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이의 마지막 진료를 마친 어머니는 담당 의사에게 과일 한 봉지를 수줍게 전달하고 돌아갔다.

임마누엘 교회 피터(45) 목사는 “이곳에서 목회한 지 20년 되었는데 의료선교팀이 온 적은 처음”이라며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하다. 하나님이 계획하신 퍼즐이 아니면 이렇게 잘 마무리될 수 있을까 싶다. 하나님의 은혜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마을 주민들도 많이 와서 미용 서비스와 진료를 받았다. 내년에도 푸타오를 찾아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진료실 밖에선 ‘사각사각’ 시원한 웃음꽃

실내가 진료 열기로 뜨거웠다면 야외에서는 시원한 웃음꽃이 피었다. 미용봉사팀원들이 마을 주민들의 머리를 깔끔하게 변신시켜주고 있었다. 처음엔 미용사들의 수준급 실력에도 주민들은 수줍어하며 좀처럼 다가오지 않았다. 미용사들이 다가가 머리카락을 가리키며 ‘잘라 줄까’라고 눈으로 말하자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수백명의 사람들이 미용 봉사를 받았다. 일정의 마지막 날인 30일에는 파마와 염색이 이어졌다.

미용팀장 윤현경(54) 선한목자교회 집사는 “그동안 편안한 노후를 위해서 열심히 일해 돈을 벌었다”며 “그런데 2년 전에 둘째 아들이 먼저 하늘나라로 갔다. 그때 우리 식구 전체가 다시 하나님을 믿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늘나라는 나이 든 순서대로 가는 게 아니더라. 하늘나라에서 하나님을 만났을 때 부끄럽지 않은 종이 되고 싶다. 주님의 사랑을 이 땅에 있을 때 열심히 나눌 것이다.”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가위는 쉴 줄을 몰랐다.

의료팀과 미용팀을 오가는 청소년이 있었다. 엄하영(19)양이다. 의료팀에서는 접수를 받았고 틈이 날 때는 미용팀으로 나와 아이들에게 간식과 선물을 나눠줬다. “미얀마 사람들의 낡고 찢어진 옷을 보고 마음이 아팠어요. 제 꿈이 패션디자이너인데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예쁘고 좋은 옷을 입히고 싶어요. 나중에 디자이너가 됐을 때, 어려운 사람들도 섬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둠이 내려앉았지만 푸타오 마을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저스틴 김(캐나다 토론토 순복음영성교회) 목사의 집회가 매일 밤 열렸다. 4일 동안 2000여명의 마을 주민이 교회에 모여 뜨겁게 찬양하고 기도했다.

푸타오(미얀마)=글·사진 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