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 테스트의 요람… 국내 도입 ‘헤론’도 거쳐가

입력 2016-07-16 04:00
무인정찰기 헤론이 지난달 말 아인 쉬머 시험장에서 시험비행을 하고 있다. 헤론은 우리 군에도 도입돼 군사분계선(MDL) 인근과 서북도서에서 대북 정찰임무를 수행하게 된다.IAI 제공

이스라엘 텔아비브 북동쪽에 있는 아인 쉬머 공군기지는 이스라엘 최대 방산업체인 IAI의 무인기 시험장이 있는 곳이다. 작은 철제문과 콘크리트 블록들이 몇 개 놓여 있는 단출한 검문소에서 보안 검색을 받고 자동차로 해바라기 길을 따라 10여분 달리면 사막 같은 누런색 평원에 컨테이너 10여개와 격납고 2개가 있는 무인기 시험장이 나온다.

이곳은 이스라엘이 독립한 1948년 전까지는 영국군이 주둔했던 곳이다. 이후 예멘과 루마니아에서 들어온 유대인 이주민들의 정착캠프로 활용되다 2014부터 이스라엘 공군 기지로 사용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거의 매일 무인기 성능 테스트가 이뤄진다.

지난달 말 이곳을 방문했을 때도 IAI의 대표적인 무인기 ‘헤론’의 시험비행이 진행되고 있었다. 헤론은 IAI의 대표적인 무인기다. 이곳에서 10여년간 무인기 조종시험을 총괄해온 한 전문가는 “한국에서 도입한 헤론도 이곳에서 성능시험을 했다”고 말했다.

우리 군이 도입한 헤론은 전자광학카메라와 레이더를 장착해 지상표적에 대한 정밀감시가 가능하고 최대 시속 207㎞로 각종 정찰장비 250㎏을 싣고 최대 52시간 체공할 수 있다. 헤론은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비무장지대(DMZ) 정찰활동을 위해 투입될 예정이다.

헤론은 활주로에서 수차례 이착륙을 반복하며 시험장을 선회했다. 이착륙 시는 소음이 들렸지만 비행이 시작되면 헤론은 은밀하게 움직였다. 익명을 요구한 헤론 시험비행사는 “정찰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적이 눈치 채지 못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헤론은 진화를 거듭해 ‘헤론 TP’와 ‘슈퍼 헤론’ 등 후속 기종이 개발됐다.

무인기 제작은 미국이 세계 1위의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는 곳이 바로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미국이 주도하는 고고도급 무인기 대신 중고도급 이하 무인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틈새영역에서 확고한 입지를 마련한 셈이다.

이스라엘은 40년 이상 무인기를 실전 운용해온 나라다. 누적 운용비행 시간은 120만 시간이 넘는다. 이스라엘이 무인기 개발에 눈을 뜬 것은 1973년 욤키프르(속죄의 날) 전쟁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유대인 명절인 욤키프르에 이집트와 시리아의 기습적인 공격을 받았다. 이들의 공격 움직임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던 이스라엘은 다시는 이런 치욕을 당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은밀한 정찰임무 수행이 가능한 무인기 개발에 나섰다.

현재 전 세계 50개국이 이스라엘 무인기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도입했던 스카우트와 서처, 헤론, 공격용 무인기 하피를 포함해 파이오니어, 스카이락, 스카이라이트 등은 모두 이스라엘이 개발한 무인 항공기들이다. IAI가 개발한 하롭은 무인 공격기로 적 방공망을 무력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동표적을 추적해 자폭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무인 항공기뿐 아니다. IAI는 통로개척용 무인지상차량(UGV)과 국경초계무인지상차량과 고속무인수상함정도 생산하고 있다. 군용으로 개발된 무인기술은 민수용으로도 활용돼 여객기 견인용 로봇 ‘택시보트’를 제작해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에 납품할 예정이다.

아인쉬머=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