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설교] 성전 앞에 앉은 자

입력 2016-07-07 20:30

자리는 중요합니다. 같은 물건을 파는 상점도 자리에 따라 매출이 달라집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있는 상점은 더욱 유리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면 그만큼 물건을 팔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상점만 자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구걸하는 사람에게도 자리가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자리, 또 호주머니가 넉넉한 사람들이 지나가는 자리가 좋은 자리입니다. 며칠 전 해외토픽에서 멀쩡한 사람이 장애인처럼 위장해 구걸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하루 종일 구걸을 하면 웬만한 직장 생활보다 더 수입이 좋았다고 합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구걸하는 자도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예루살렘에서 구걸하기에 이만큼 좋은 자리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날마다 그곳에 와서 구걸했습니다. 그는 쉬고 싶어도 쉴 수 없었습니다. 벌이가 너무 좋았기 때문입니다. 그가 제일 잘하는 것은 불쌍한 척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연기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돈을 받았습니다.

그런 그가 베드로와 요한을 만나지 않았다면 계속해서 구걸하는 삶을 살았을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그런 삶이 그 사람에게는 편하고 행복했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불쌍한 모습만 보여주면 돈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본질적으로 행복한 삶은 아니었습니다. 진정한 행복은 남들처럼 자신 스스로 걸으며, 때로는 뛸 수 있는 다리를 갖는 일이었습니다. 이것이 베드로와 요한을 통해서 이루어졌습니다. 물론 그 배후에는 하나님의 능력이 함께 있었습니다.

일어나 걷고 뛰면 구걸하는 것보다 수입이 적을 수 있습니다. 더 가난한 삶을 살지도 모릅니다. 본문에도 나와 있듯 그는 태어나 스스로 다른 곳에 가본 적이 없습니다. 사람들에 의해 옮겨지고 그 자리에서 구걸만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초대교회는 복음전파와 구제를 함께 했습니다. 기독교는 초대교회 때부터 구제를 했고 복음의 역사를 이뤘습니다. 우리들도 이 두 가지를 함께해야 합니다. 즉 영적 도움과 물질적 도움을 같이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느 한 쪽만 하면 기독교가 아닙니다.

이 두 가지를 다 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월드비전과 같이 기독교 정신에 의해 세워진 NGO를 통해 함께 사역하는 것입니다. 월드비전은 지구촌 어린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물질과 복음을 함께 전달하고 있습니다. 구걸하는 사람에게 물질만 주면 죽을 때까지 구걸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물질을 주면서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복음의 능력도 함께 줘야 합니다.

성전 앞에 앉은 자는 구걸하기 좋은 자리에 앉았을 뿐만 아니라 베드로와 요한을 만나는 축복까지 덤으로 받았습니다. 우리도 무엇보다 주님을 만나는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고 복음으로 일어서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복음전파와 구제의 일꾼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이 땅에 사는 목적은 이 두 가지를 이루기 위해서라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약력=△진천군사회복지협의회 이사 △월드비전 진천지회 부지회장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한국교회연구원 이사

김동환 목사 (충북 진천중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