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살기 위해 만든 무기… 이젠 세계시장 ‘큰 손’

입력 2016-07-16 04:00
이스라엘 방위산업체 IAI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다양한 무기를 수출하고 있다. 이동형 조기경보레이더(울트라 C-1). IAI 제공
텔아비브 공장에서 생산되는 무인정찰기. IAI 제공
자폭형 무인폭격기 하롭은 국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IAI 제공
이스라엘은 작은 나라지만 방산업계에서는 만만치 않은 실력을 지닌 곳이다. 매년 발표되는 권위 있는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의 연례보고서에서 이스라엘항공산업(IAI·Israel Aerospace Industry)과 엘빗, 라파엘 등 이스라엘 방산업체들은 세계 방산업체 순위 30∼50위에 포진한 지 오래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이스라엘은 세계 방산수출국 10위를 기록했으며 2013년에는 8위로 올라섰다.

국토 면적도 작고 인구도 많지 않을뿐더러 자연환경도 척박한 이스라엘이 어떻게 강한 방위산업 국가가 될 수 있었을까. 지난달 말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만난 방산업체 관계자들은 “생존을 위한 절박한 필요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방위산업은 1920년대 시작됐다. 당시 유대인들은 주변 아랍국들의 공격으로부터 집단정착촌을 방어하기 위해 스스로 무기와 탄약을 만들어야 했다. 이를 토대로 1933년 최초 방산기업인 TAAS가 설립됐고 이스라엘이 독립한 후인 1950년대 라파엘과 IAI의 전신인 베덱, 솔탄 등이 창설됐다.

이스라엘 방위산업은 위기 속에서 성장했다. 1967년 ‘6일 전쟁’ 후 이스라엘은 프랑스의 무기금수 조치를 당했다. 이스라엘은 당시 군수물자 조달의 상당부분을 프랑스에 의존했다. 이스라엘은 1950년대부터 프랑스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6일 전쟁 전 프랑스는 이스라엘이 이집트에 선제공격을 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이스라엘이 이를 무시하고 공격해 대승을 거두자 프랑스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했다.

이스라엘은 자주국방의 절박함을 뼛속 깊이 체감했다. 이때부터 이스라엘은 독자적인 기술 개발과 함께 미국 등 해외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첨단기술들을 축적한다. 특히 IAI는 미사일 시스템과 위성, 전자 및 레이더 기반의 전투시스템 개발에 집중하게 된다.

이스라엘 방산업체의 주요 생산품들은 소형 군사위성 및 상업용 위성과 레이더, 센서 및 미사일, 첨단 전자장비 등 작지만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한 핵심적인 무기체계들이다. 방산 선진국들이 소홀히 하는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선택과 집중’ 전략의 산물이다. 이들 분야에서 이스라엘은 선두를 달리고 있다. 기존 장비의 성능 개량이나 체계 통합에서도 이스라엘은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스라엘 방산업체는 무기체계를 개발할 때부터 수출을 염두에 둔다. 이스라엘이 국제 방산시장에서 비중이 높은 이유이다. 이스라엘 방산 총 생산량의 약 80%가 수출되고 있다. IAI의 아시아·태평양 마케팅 담당 라피 스토만 국장은 “이스라엘군 내수만으로는 경제성을 가질 수 없어 반드시 수출을 전제로 개발한다”고 설명했다.

철저한 경쟁체제를 유지하는 것도 방산제품의 우수성을 유지하는 요인이다. IAI와 같은 국영 방산업체도 입찰 시 다른 업체들과 동일하게 경쟁을 거쳐야 한다. 이스라엘 군 관계자는 “내수시장은 민간업체 및 해외 업체에 동일하게 개방돼 있고 무기획득 기준은 우수한 운용성”이라며 “철저하게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 방산업체는 자신들 제품이 세계 3위 이내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 한 개발하지 않는다고 한다.

업체 간 협력을 통해서 최고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 기꺼이 협력한다. 라파엘과 IAI 산하 엘타사는 ‘아이언 돔’의 탐지레이더와 전투통제소, 통신탑 등을 공동 개발했다. ‘철의 방공망’으로 불리는 아이언 돔은 2014년 여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하마스가 발사한 4000여발의 로켓과 박격포탄을 90% 요격하는 탁월한 성능을 보여줬다. 이스라엘 방산제품들은 실전에서 검증된 것이 대부분이라는 점도 국제적인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이스라엘 방산업체들이 탄탄한 기술력을 갖출 수 있는 것은 끊임없는 연구개발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연간 연구·개발(R&D) 지출규모는 국내총생산의 4.4%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중 군수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다. 방산업체들은 매출액의 5%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국민들의 지지가 큰 것도 이스라엘 방산기술이 지속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엘리아나 피슐러 IAI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사장은 “국민들은 방산업체들이 이스라엘 안보를 책임지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방산업체에 종사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텔아비브=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