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이 열리던 해에 독일에서 유학 중이던 박광희(55) '잉글버거' 대표는 방학을 이용해 영국을 찾았다. 영어듣기 향상을 위해 세계적인 부흥사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설교 카세트테이프를 산 것이 삶의 터닝 포인트였다. 무심코 테이프를 듣고 있는데, 설교 중에 주일을 지키기 위해 올림픽 금메달까지 포기했다는 에릭 리델(1902∼1945)의 얘기를 듣는 순간 가슴이 뛰었다. 그의 심장을 두드린 리델은 35년 만에 국내에서 재개봉 중인 영화 '불의 전차'의 실제 주인공이다.
지루한 장마가 한 발짝 물러가고 활짝 갠 6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만난 박 대표는 20년 전 그날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처럼 쉬운 영어 공부법을 만들고 있다는 박 대표는 당시 가슴 벅차올랐던 순간을 회고했다.
방학을 마치고 독일로 돌아온 박 대표는 우연히 TV에서 방영되는 ‘불의 전차’라는 영화를 봤다. 이 영화는 리델의 삶을 그린 영화로 81년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에 걸쳐 오스카상을 수상한 바 있는 불후의 명작이다.
박 대표는 이 영화 비디오테이프를 구하기 위해 영국 버밍엄 시내에 있는 비디오 상점들을 모두 찾아다녔다. 그러나 구할 수가 없었다. 영화가 상영된 지 벌써 5, 6년이 지난 뒤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큰 가게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비디오테이프를 길을 잃고 헤매던 작은 골목길의 한 비디오 상점에서 극적으로 구할 수 있었다.
이후 박 대표는 스코틀랜드로 가 리델의 여동생인 제니 서머빌 부인을 비롯해서 오빠에 관해 알고 있는 여러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했다. 독일로 돌아온 박 대표는 본격적으로 리델에 관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3년 동안 영어-독어 간 전문 번역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한국으로 돌아올 때 그의 가방엔 리델에 관한 정보와 원고가 가득했다. 89년 가을, 마침내 박 대표는 처녀작 ‘저는 주일에는 뛰지 않습니다’(두레마을)라는 책을 펴냈다. 인세 120만원을 경북 안동에 있는 시골마을 작은 교회에 기부했다.
이후 박 대표는 청담어학원 대치브랜치 대표를 역임하고 캐나다 밴쿠버에서 살다가 2년 전 경기도 수원 원천동에서 ‘잉글버거’를 설립해 말하기 중심의 영어 교육 대안 제시에 몰두하고 있다. 잉글버거는 패스트푸드가 아닌 패스트 스피킹을 모토로 아시아인에게 맞는 영어 말하기 훈련법의 개발과 확산을 통해 ‘영어 교육의 맥도날드’가 되고픈 바람을 담았다.
“이제까지 대부분의 영어교육은 돈만 쓰는 소모적인 교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장 구조를 만들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티칭이 2차 방정식이라면 코칭은 고차방정식입니다. 신앙과 영어의 공통점은 꾸준히 성실하게 하는 법 외엔 방법이 없습니다.”
박 대표는 외국어 교재 최장기 베스트셀러 ‘영어낭독훈련 실천다이어리’(사람in출판사)를 비롯해 ‘영어낭독훈련에 답이 있다’ ‘영어 몸기억 암송훈련 시리즈’ ‘성경영어 암송훈련’ 등 50여권의 영어 관련 책을 펴냈다.
박 대표는 신앙과 영어, 지혜를 하나로 연결하는 잉글버거로 영어학습 한류를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20년 만에 ‘에릭 리델의 완전한 순종 불의 전차’(비전북)를 펴낸 박 대표의 사명은 리델의 뒤를 이어 영어를 무기로 중국 복음화에 나서는 것이다. 다음 달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서 모델숍 영어연산 훈련 프로그램을 내놓는 박 대표는 교회학교 리모델링 전략으로 ‘잉글버거 영어연산 게임’을 내놓을 계획이다.
박 대표는 “제가 쓴 이 책이 자신의 얘기라는 것을 알면 아마도 리델은 출간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는 중국 선교사로 활동하다 웨이신수용소에 갇혀있던 중에도 자신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고, 오직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만 묵묵히 순종했던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글·사진=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신앙+영어’를 新한류로… 주인공처럼 중국에 복음
입력 2016-07-08 20:40 수정 2016-07-09 1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