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명이신가요?” 이따금 받는 질문이다. 그럴 때마다 잠시 우물쭈물하게 된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고, 본명이 분명한데, 주민등록증에 씌어 있는 이름과 다르기 때문이다. 예전에 호적이라고 불리던 문서에는 부희령이라고 명백히 기재되어 있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바뀌었는지 알 수 없으나, 오래전 주민등록증을 갱신할 때 한글 이름이 부희영으로 기재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이름 옆 괄호 속에 씌어 있는 한자는 여전히 부희령(夫希玲)이었다.
담당 공무원에게 한글 이름이 잘못되었다고 말하자 주민등록부대로 기재했으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래도 내 이름은 분명히 부희령이며 한자도 그렇게 표기되어 있으니 정정해 달라고 하자, 그가 단호하게 안 된다고 말했다. “재판을 해야 합니다.” 재판을 해야 한다고?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 옛날 만 열일곱 살에 처음 주민등록증을 만들 때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때 제대로 확인을 못 했다면 내 잘못인가? 그 뒤 모든 공문서에 이름이 부희영인 사람으로 이제까지 살고 있었다.
바로 위의 언니는 20년 이상 외국에 나가 살았는데, 얼마 전 귀국해 구청에 일을 보러 갔다가 나와 똑같은 경우를 당했다. 이름의 마지막 글자 ‘령’이 ‘영’으로 바뀌어 있었던 것. 언니는 이름을 정정해 달라고 했고,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재판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언니는 착오가 있는 게 분명한데, 내가 왜 재판을 받아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항의했다. 그러자 구청장실에 가서 민원을 제기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언니는 정말로 그렇게 했고, 결국 재판 같은 것 없이 이름을 정정했다.
언니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두 번 세 번 항의하고 따져야 할 일을 쉽게 포기한 것이야말로 잘못인가. 아니다. 내 잘못이라는 생각부터 정정해야겠다. 그쯤 되면 반성이 아니라 회피다. 솔직히 말하면 언제부터인가 이름이 두 가지가 되어버린 상황을 재밌어하며 살았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부희영과 부희령은 어쩌면 다른 사람일지도 모른다.
부희령(소설가)
[살며 사랑하며-부희령] 필명인가요?
입력 2016-07-07 1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