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성규] SKT-헬로비전 합병, 여론재판 유감

입력 2016-07-07 00:42

공정거래위원회의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심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공정위 경쟁정책국이 합병 불허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해당 업체에 발송했지만 심사보고서는 심사관의 의견일 뿐 공정위의 최종 결론은 아니다. 심사보고서는 검찰의 공소장 격으로 법적 구속력이 없다.

그런데 지난 4일 공정위가 심사보고서를 해당 업체에 발송한 이후 내용이 공개되면서 이미 결론이 난 것처럼 알려지고 있다. 재판이 진행 중인데 판결이 났다고 알리는 꼴이다.

과징금 부과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는 외부에 꽁꽁 감추던 기업들이 이번에는 어찌된 일인지 적극적인 언론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SK텔레콤은 5일 입장자료를 내고 “공정위로부터 CJ헬로비전 주식취득 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 행위를 해서도 안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공정위 심사보고서 내용을 상세히 밝혔다.

SK텔레콤은 심사보고서 내용을 왜 강조하는 것일까. 아마도 여론전을 통해 전원회의에서 결론을 뒤집기 위한 목적이거나 공정위 때문에 인수를 못 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것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심사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여론 재판이 진행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물론 이 같은 혼란을 일으킨 근본 원인은 공정위에 있다. 자료 보정기간 운운하면서 7개월이나 질질 끌면서 불확실성을 키웠다. 하지만 아직 1심 재판부 격인 공정위 전원위원회가 남아있다. 전원위원회가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독립적인 의결이 이뤄지도록 피심인인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도 조력할 필요가 있다. 물론 법에는 그런 피심인의 의무가 명시돼 있지 않다. 다만 향후 불공정행위가 적발돼 심사보고서를 받게 되면 두 기업은 두말 않고 이를 따르는 게 이치에 맞다.

이성규 경제부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