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 검찰총장은 진경준 검사장의 ‘주식 대박’ 논란이 불거진 지 100여일이 지난 시점에서 특임검사 수사 체제를 가동했다. 사정 변경이 있었다는 뜻이다. 검찰은 그간 수사 과정에서 넥슨 비상장주식 투자 건 외에 수사로 규명해야 할 여러 비리 단서를 찾아냈다. 당면한 악재를 현직 검사장 수사라는 강공책으로 돌파하겠다는 검찰 수뇌부의 의중도 담긴 것으로 읽힌다.
“다른 비위 혐의 포착됐다”
김 총장은 6일 이금로 인천지검장을 특임검사로 임명하면서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기존에 수사를 해오던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서 별동대 격인 특임검사로 수사 주체를 교체한 것은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서울중앙지검은 3개월 가까이 수사한 경과 보고서를 최근 김 총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보고를 받은 직후 이번 수사를 일선 형사부가 아닌 특임검사에게 맡기기로 결정했다. 지난 4일 이 지검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준비를 지시했다.
검찰은 진 검사장 주변 금융계좌 분석과 탐문수사를 통해 그간 제기된 의혹과는 별개의 비위 단서를 포착했다고 한다. 진 검사장이 사건 처리 과정에서 사건 관계자에게 고가의 차량 등 경제적 이득을 제공받은 단서가 나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형사1부는 이른바 ‘별건 수사’를 진행할 만한 중대 사안으로 판단, 김 총장의 뜻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형사1부 수사에서 진 검사장 재산 문제와 관련해 상당히 미심쩍은 정황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대학 동창인 진 검사장과 김정주(48) NXC 회장의 친분관계 등을 감안했을 때 특혜성 주식 거래 이후에도 넥슨 측과 진 검사장 간의 부당 거래가 있었을 개연성도 높다. 진 검사장이 2005년 6월 넥슨 비상장주식 1만주를 취득한 이후 넥슨 관련 민·형사상 사건에 직접 개입했거나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확인됐을 가능성도 있다.
향후 특임검사팀의 수사도 넥슨 관련 유착 의혹과 추가로 드러나는 진 검사장의 개인비리 두 갈래로 진행될 전망이다. 한 검찰 간부는 “특임검사라는 특단의 조치를 택한 건 진 검사장을 어떤 식으로든 처벌하겠다는 의사 표현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위기상황 수사로 돌파
검찰의 진 검사장 수사는 표면적으로 지난 4월 12일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의 고발에서 시작됐다. 형사1부가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진 검사장에 대해 징계 의결을 결정한 5월 16일 이후였다. 진 검사장 관련 계좌 추적을 진행하는 동시에 그와 함께 주식을 산 김상헌(53) 네이버 대표와 박성준(49) 전 NXC 감사, 주식 매도인인 이모(54) 전 넥슨 미국법인장을 차례로 불러 조사했다.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진 검사장과 김정주 회장 조사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를 특임검사팀에 넘긴 건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검찰이 현재의 위기 타개책으로 진 검사장 수사 카드를 꺼낸 측면도 있어 보인다. ‘정운호 법조비리’ ‘김홍영 검사 자살’ 등 연이은 악재로 정치권에서 검찰 개혁 요구가 다시 부각되는 상황이다. 골칫거리인 진 검사장 사건을 신속히 마무리하려 했을 수 있다. 이 특임검사는 “가장 빠른 시일 내 효과적으로 수사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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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일 노용택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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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7-07 04:00